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역 공항철도 승강장에서 비행기 탑승권리 선전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이동하기에 앞서 팻말을 제거하고 탑승하라는 공항철도 및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막기 위해 이들의 지하철 역사 진입을 차단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전장연 쪽은 “지하철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철도법 위반 등 불법적인 상황을 오히려 조장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공사는 23일 “지하철에서 시위가 불가능하도록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안전문 개폐 중단, 법적 조치 등 세 가지 대응책을 밝혔다.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 중인 전장연은 올해 9월25일 2호선 시청역 시위 이후 약 두 달 만인 지난 20일 지하철 2호선에서 다시 시위를 시작했다. 이때 2호선이 최대 47분 지연됐다는 것이 공사 쪽의 설명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 21일 경찰(서울, 경기도)에 지하철 전 역사와 열차 내에서 집회·시위의 금지 및 제한을 위한 시설 보호를 요청했다. 공사는 “경찰의 시설 보호가 이뤄지면 지하철 내에서는 시위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극적 해석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활용해 전장연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낸 셈이다.
공사는 전장연이 역사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면 경찰과 함께 승차를 막을 계획이다. 열차의 일부 출입문을 가로막으면 승강장안전문이 열리지 않도록 해 전장연 활동가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시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와 더불어 즉각 현장 체포까지 불사한다는 것이 공사의 방침이다. 시위를 전부 동영상으로 채증해 부정승차 등이 발견되면 운임의 31배를 부과한다.
최근 전장연 시위는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 탈시설 지원 예산 19억원을 삭감하고,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400명이 참여 중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모두 없앤 것이 계기가 됐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재개를 두고 “사회적 테러”라며 강경한 대처를 예고한 바 있다. 서울시도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선량한 시민을 방해하지 말라”며 전장연에 대비되는 존재로 ‘선량한 시민’을 설정해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장연은 공사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원천봉쇄’라는 말을 쓰며 지하철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철도법 위반 등 불법적인 상황을 오히려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의 ‘적극적 해석’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어떻게 같이 실현해갈 것인가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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