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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집거리서 ‘생태교통 성지’ 된 10년…수원 행궁동 ‘차 없는 마을’ 재현한다

등록 2023-09-27 07:00수정 2023-09-27 07:51

3곳 중 1곳 점집…이젠 카페·공방 빼곡
내달 21~22일 ‘생태교통 뉴페스타’
수원시는 2014년부터 매년 주민 공모를 통해 ‘자동차 없는 날’ 행사를 열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시는 2014년부터 매년 주민 공모를 통해 ‘자동차 없는 날’ 행사를 열고 있다.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에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행리단길’이 있다. ‘수원화성’의 성안 마을인 행궁동을 따라 620여m를 뻗은 골목길이다. 지난 25일 방문한 행리단길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민 상점과 카페, 공방과 갤러리,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행리단길로 이어진 작은 골목 안쪽에는 낮고 오래된 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해 우리는’ ‘삼남매가 용감하게’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서울에서 행궁동을 보러 왔다는 20대 직장인 김지인씨는 “행궁과 성곽이 본모습을 갖추고 있고, 성곽 안에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매력이 있다”며 “여기처럼 옛것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을 잘 입힌 곳이 또 있을까 싶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성곽 안 마을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행리단길. 이정하 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성곽 안 마을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행리단길. 이정하 기자

수원의 중심지였던 행궁동은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개발이 제한되면서 오랫동안 발전이 멈춘 곳이었다. 2010년대 초까지도 상점은 30곳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점집은 150곳이 넘을 정도였다. 수원 토박이인 박아무개(65)씨는 “예전엔 세집 중 한곳이 무당집이었다. 왕이 머물던 행궁 주변이라 터가 좋고 임대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점치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기 수원 생태교통 벽화마을.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 생태교통 벽화마을. 수원시 제공

행궁동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생태교통’ 축제를 계기로 간판과 벽면, 골목길이 정비되면서부터다. 생태교통 축제는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만을 이용해 한달 동안 살아보는 세계 최초의 실험이었다. 수원시와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 유엔 해비타트(인간 정주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34만㎡ 면적의 구도심에서 1500여대의 차를 빼내고 이동수단까지 통제되자 반발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2200여가구 주민 대부분이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다.

세계 각국에서 100만여명이 다녀간 축제는 행궁동에도 긍정적 변화를 불러왔다. 슬럼화를 겪던 마을이 복고와 현대 감성이 조화를 이룬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상권도 번성하기 시작했다. 조이화 행궁동상인회장은 “그 많았던 점집이 사라지고, 10여년 만에 행리단길에 들어선 점포가 500여곳에 이를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며 “골목 구석구석까지 특색 있는 가게들이 문을 열고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행궁동 지도. 수원시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생태교통 축제 10주년을 맞은 올해 행궁동 주민들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실험에 돌입했다. ‘차 없는 마을’이란 최종 목표를 위해 우선 ‘차 없는 거리’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행궁동은 생태교통 축제 이후 코로나19 시기 3년을 제외하고 매달 1회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주말마다 관광객과 차량이 뒤엉켜 혼잡이 빚어지자 동네 전체를 주말(공휴일 포함) 또는 1년 내내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성곽 외부에 별도의 주차장을 마련해 친환경 셔틀버스 등을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영순 행궁동주민자치회장은 “차 없는 거리, 마을을 조성하려면 주민 의견이 최우선”이라며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취지와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자치회 정식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주민 의견이 모이면,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박선영 수원시 친환경교통팀장은 “행궁동이 생태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차 없는 마을’이 실현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다른 마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원시는 ‘생태교통 2013’ 10주년을 맞아 10월21~22일 행궁동 일대에서 ‘생태교통 뉴페스타’ 행사를 개최한다. 이틀 동안 ‘차 없는 마을’을 재현하고, 골목길 체육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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