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찰이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가 있는 캠프 험프리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평택경찰서 제공
군사우편을 이용해 미국에서 마약을 들여와 미군기지에 유통한 주한미군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미군기지 내 막사 등을 4차례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다.
평택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주한미군 ㄱ(24)씨 등 22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유통책 ㄴ(33·필리핀)씨와 ㄷ(27)씨를 구속해 검찰로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검거된 이들 중 17명이 미군이고, 나머지 5명 가운데 구속된 ㄴ씨 외 4명은 미군부대와 관련된 한국인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을 통해 밀반입한 합성대마 등을 미군에게 판매·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미군인 ㄱ씨는 액상 합성대마가 전자담배와 구별이 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합성대마 350㎖를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해 유통책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군 군사우체국에서 반입되는 물품은 주한미군지위협정 등에 따라 개봉 검사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ㄴ씨와 ㄷ씨는 ㄱ씨로부터 넘겨받은 마약을 평택 캠프 험프리스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 소속 미군 등에게 판매했다. 검거된 미군은 부대 내 또는 유통책의 주거지 등에서 전자담배 액상에 합성대마를 혼합해 흡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미 육군범죄수사대 쪽으로부터 미군기지 주변에서 합성대마가 유통된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으로 한국경찰이 평택과 동두천 미군기지를 4차례 압수수색해 연루자를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마약 판매대금 1만2850달러, 혼합용 액상 4300㎖, 합성대마 80㎖를 압수했다.
경찰은 미국 본토에서 합성대마가 발송된 경위 등 밀반입 경로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기지 내에서 미군의 체포와 압수수색을 통해 부대 내 유사한 수법의 마약 유통을 사전 차단했다”며 “미육군범죄수사대와 공조를 통해 국내합성대마를 취급한 미군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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