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분당 흉기 난동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씨가 2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씨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폐쇄적 고립생활을 하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지만, 감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심신미약’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전담수사팀(팀장 송정은 형사 2부장)은 29일 최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6분께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에이케이(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를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내려 흉기를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최씨의 범행으로 ㄱ(64)씨와 ㄴ(20)씨가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숨진 2명은 보행로를 걷다가 최씨가 몰던 차량에 치여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검찰은 최씨의 초·중·고교 생활기록부, 대학 성적, 진료내역 및 의무기록, 휴대전화 및 인터넷 활동 기록, 가족과 지인 면담조사, 대검 통합심리분석 등을 통해 그의 심리상태를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최씨는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뒤 폐쇄적이고 고립된 생활을 하던 중 타인이 자신을 집단으로 괴롭힌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15년 진단을 받은 ‘조현성 인격장애’가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 망상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망상을 가진 누리꾼간 교류 활동을 통해 ‘폭력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7월 하순께 범행 전 인터넷에서 ‘심신미약 감경’ 등 검색해 범행 뒤 감형을 의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검찰은 최씨가 망상장애를 갖고 있으나 상당한 학업능력을 갖춘 점, 가상화폐·주식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심신미약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정신건강의학과 한 전문의도 “최씨는 자신의 흉악한 폭력 행위가 나쁘다는 인식과 그러한 행동의 결과가 어떨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망상 이외의 영역에서 현실검증 능력이 와해한 언어나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2020년부터 배달 등을 하며 혼자 살다가 범행 사흘 전인 이달 1일 부모 집으로 찾아가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부모가 병원 치료를 권유하자 최씨는 ‘부모도 스토킹 조직에 매수됐다’고 생각하고, 지난 2일부터 범행 장소와 대상을 물색했다. 그는 2일에도 서현역 일대를 배회했지만, “범죄에 대한 무서움이 있었고, 스토킹 조직원을 발견하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의 치료비 전액과 함께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검찰은 병원에 피해자의 치료비를 지급 보증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