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 에스피엘(SPL)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10월 에스피시(SPC) 계열사 에스피엘(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강동석 에스피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김윤정)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강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에스피엘 공장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 대표 등은 지난해 10월15일 새벽 6시20분께 평택시 팽성읍 추팔산업단지 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끼임 사고와 관련해 안전 조처 및 안전보건 의무를 게을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제빵공장 노동자 ㄱ(23)씨는 제빵공장 냉장 샌드위치 라인 배합실에서 혼합기에 샌드위치 소스 재료를 넣고 배합하던 중 뭉친 소스를 풀어주기 위해 혼합기 안에 손을 집어넣고 배합작업을 하다가 끼여 숨졌다.
조사 결과, 법인과 강 대표는 사고 혼합기 가동 중 덮개를 개방하면 자동정지하는 인터록 설비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지 않고, 탈착식 덮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부터 의무화돼 해당 연동형 덮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고 작업에 대한 작업안전표준서를 마련하지 않았고, 위험성을 고려해 2인1조 등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지난해 10월24일 오전 합동 감식을 위해 경기도 평택시 추팔산업단지 내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 대표는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동종 사고가 반복됨에도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반기별 안전보건법령 의무이행 평가가 형식에 그치는 등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실제 해당 공장에서는 강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지난해 6월과 8월 비슷한 기계끼임 사고가 2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3년간 기계끼임 사고 12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허영인 에스피시 그룹 회장은 이번 사망사고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보고, 혐의없음 처분했다. 허 회장이 에스피엘의 사업을 대표하거나 안전보건 등 업무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책임자가 규정만 만들고 형식적인 절차만 이행했다. 동종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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