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 내 직매립을 금지하고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하도록 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소각장 신설·증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는 매달 50t 이상의 가연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수도권의 10개 시(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8개 시)에 지자체장 임기가 끝나기 전 소각장 신설을 마무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가장 진통이 심한 곳은 인천시다. 지난 16일 인천시청 앞에 모인 김정헌 중구청장과 영종도 주민 50여명은 인천시 서부권 자원순환센터(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가 소각장 후보지 5곳을 모두 영종 지역에 선정한 것에 반발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가 소각장 입지선정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주민 생활과 직결한 문제를 투명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인천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소각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영종도가 포함된 인천 중구는 동구, 옹진군과 함께 서부권에 속한다. 서부권에는 1일 300t을 태우는 소각장이 만들어질 예정으로, 인천시가 지난해 서부권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 공모를 받았지만 신청서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입지선정위는 용역을 통해 11개 지역을 후보지로 결정했고 최근 이를 다시 5곳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후보지 5곳이 모두 영종도에 있어 영종 주민의 반발이 거세졌고, 인천시는 결국 지난달 예정이었던 8차 입지선정위를 무기한 중단했다. 인천시 자원순환과 쪽은 “영종 주민 간담회를 여는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다른 광역 소각장도 서부권 소각장과 상황이 비슷하다. 남부권 소각장의 경우 인천시는 연수구에 있는 송도소각장의 ‘대보수’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연수구는 이미 지역 내 쓰레기 발생량의 3배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며 대보수에 반대하고 있다. 동부권 소각장은 애초 부천의 광역 소각장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부천시가 단독 소각장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차질이 생겼다.
영종 소각장 철회를 요구하는 인천 중구의원들. 인천 중구의회 제공
경기도가 겪고 있는 갈등 역시 만만찮다. 현재 24개 시·군이 소각장 신설 8곳, 대체 신설 10곳, 증설 2곳, 대보수 3곳으로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곳곳에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지난 3월 입지 선정 공모를 진행해 3개 지역이 신청했지만 3개 지역 모두 애초 소각장 조성을 동의하던 주민들이 철회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입지 선정 과정이 잠정 중단됐다. 광주시에서는 인근 지자체인 이천시 주민들이 소각장 신설 계획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단체장 임기 내 소각장 신설 완료’ 촉구 공문을 받았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소각장 신설의 목표 시점을 늦춰주길 바라고 있다. 경기도 내 지자체 소각장 계획 중 2026년에 사업이 마무리되는 곳은 8곳에 불과하며 2027년은 7곳, 2028년 이후도 9곳에 달한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환경부로부터 소각장 시설 설치 승인을 받을 당시 약속받은 ‘직매립 금지 시점 1년 유예’ 조처를 ‘소각 시설 준공 때까지’로 연장해주길 원한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 시 직매립 금지 시점 1년 유예가 가능하다. 이 유예 시점을 추가 연장해주는 것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 시정혁신단 균형발전정책분과 이한구 위원은 “의정부에서는 소각장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이 있었지만 몇 주 동안 공론화 절차를 거치면서 해결이 됐다”며 “입지선정위에서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이야기를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소각장 신설 및 증설보다는 주민들의 폐기물 감량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길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금 만들어지는 소각장은 환경부가 제시한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훨씬 큰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며 “당초 직매립 금지 규정이 생긴 취지는 주민들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자는 것인데 지금 방향은 소각장 신설만 거론되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안양시도 소각장 신설·증설 없이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선별시설 확충을 통해 직매립 금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