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자들이 서로 모여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다르크협회 제공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진짜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고 싶었던 것인지 생각했어요. 중독재활학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게 중독 상담사로 일하면 제가 앞으로 마약을 안 할 것 같다는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요즘 제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제가 진짜 남을 돕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했던 것 같아요.”
지난 6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약물중독 치료공동체(다르크·DARC) 경기다르크에서 만난 재활자 ㄱ씨는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의 중독재활학 강의를 듣고 이같이 소감을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이기적인 욕망 자리에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한다면 앞으로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마약 투약)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강의를 했다. 이에 ㄱ씨는 자신이 하는 중독 상담 공부도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아닌 마약을 끊고 싶다는 혼자만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 것이다. 김 교수는 ㄱ씨에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도 남을 돕는 것일 수 있다. 무슨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말자”고 독려했다.
경기다르크는 사단법인 ‘경기다르크협회’(이하 협회)가 운영 중인 마약중독재활시설이다. 이곳에는 마약을 끊기 위한 15명의 재활자들이 서로를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다. 매일 교수 등 전문가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최근에는 정부의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에 중독자 치료·재활 인프라 확충이 담기면서, 정부에서도 다르크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지난 6월 별도 신고 없이 마약중독재활시설이 관내에서 운영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사단법인 ‘경기도다르크협회’(이하 협회)를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미신고 시설이라는 점이 고발의 표면적 이유지만 이 일의 배경에는 경기다르크 시설 바로 옆 학교 자녀를 통학시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다. 남양주시 보건소 쪽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며 “민원 등을 토대로 현장을 방문해 미신고 시설을 운영 중임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인근 학교 학부모라고 밝힌 ㄴ씨는 “학교 옆(에) 문신한 여러 (사람)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닌다”며 “운동한다고 놀이터에 모여있는데 아이들이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다르크 쪽에서는 기본적인 약물치료를 받았고, 스스로 마약을 끊기 위해 온 재활자들을 위험인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매일 단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일부 자유 시간을 제외하면 일과표가 시간 단위로 세워져 있어 주변에 해를 끼칠 위험이 적다고도 설명한다.
임상현 경기다르크협회 센터장은 “이곳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혐오시설이 아니다”라며 “마약 문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치료센터도, 대안도 없이 재활자를 마약 중독자라고 생각하고 경기다르크를 무조건 나쁜 곳이라고 생각하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경기다르크와 같은 시설을 더욱 양성화해야 마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우리나라에 다양한 중독 재활 센터가 있지만 대부분 알코올 중독 치료에 한정된 센터”라며 “마약 중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센터가 없는 상황에서 다르크 시설이 거의 유일하게 운영되는 마약 재활 센터”라고 말했다. 박영덕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한국에 마약 관련 문제에서 제일 부족한 것은 다르크와 같은 재활 인프라”라며 “앞으로 다르크와 같은 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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