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제3자 변제’를 반대해 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을 대상으로 외교부가 공탁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공탁금을 수원지법에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제3자 변제 해법 거부 입장을 고수해 온 원고 4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은 이 가운데 1건의 공탁에 대해 지난 4일 ‘불수리 결정’을 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4일 오후 수원지법에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2명에 대한 공탁을 접수했다. 대상자는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배우자와 고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1명씩이다. 이들은 경기도 용인시에 각각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탁은 일정한 법률적 효과를 얻기 위해 법원에 금전 등을 맡기는 제도다. 또 수원지법 평택지원에도 정창희 할아버지의 유족 2명에 대한 공탁이 추가로 접수됐다. 수원지법과 평택지원 공탁관은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공탁 수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 공탁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불수리 결정’을 한 바 있다. 또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은 서류 미비 등의 사유로 반려했다. 이 할아버지 역시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혀 서류 보완 후 공탁을 다시 신청해도 불수리 결정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는 이미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바 있고,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징용 피해자 법률 대리인인 김정희 변호사는 “공탁은 외교부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시민단체 모금운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급했으면 첨부서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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