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영화제 입장문. 인천여성영화제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 인천시가 퀴어 영화를 상영 프로그램에서 배제를 요구하자 영화제 쪽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 쪽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천시)담당 부서가 실행계획서 승인을 앞두고 상영작을 검열하고 퀴어 영화 배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이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혐오 행정을 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천시 지원을 거부하고 우리 힘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조직위 자체적으로 치러지던 인천여성영화제는 2020년부터 인천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뒤 해마다 일정액을 인천시로부터 받아왔다. 올해도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4000만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조직위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인천시는 보조금 지원사업을 선정(지난달 22일)하고 8일 뒤 열린 ‘영화제 추진 방향 논의’ 자리부터 퀴어 영화 상영 배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조직위는 인천시가 상영 배제를 요구한 영화가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상영작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요구도 영화제쪽에 했다고 한다. 조직위는 상영작 선정이 영화제 고유 권한임을 설명한 뒤 지난 7일 사업실행계획서와 상영작 리스트를 제출했다. 이후 인천시는 12일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조직위는 이후 인천시 관계자가 논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동성애를 추세처럼 받아들이고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기에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동성애 혐오 발언을 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마지막 면담 자리에서는 이행숙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동성애 영화 1편, 탈동성애 영화 1편을 같이 상영하면 나중에라도 반대 세력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직위는 이 같은 인천시의 요구들이 ‘검열’, ‘차별행정’이라고 주장한다.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조금 지원사업 선정 뒤 상영작 리스트를 달라고 하거나 특정 영화를 배제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다. 올해 인천시가 보이는 모습은 명백히 검열”이라며 “특히 재작년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작은 커밍아웃을 담은 ‘너에게 가는 길’이었는데 인천시 담당 부서나 간부 공무원들이 와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보옥 인천시 여성정책과장은 <한겨레>에 “동성애를 추세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거나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아이들이)영향을 받을까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는 여론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상영작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검열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행숙 부시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조직위가 인천시 예산 지원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나흘간 예정된 영화제 기간도 하루 단축됐다. 조직위는 인천시가 상영 배제 요구한 영화 ‘두 사람’을 폐막작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영화제는 다음 달 14일부터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 3·4관에서 열린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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