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청 앞 게양대. 태극기를 중심으로 좌우로 안양시기와 노조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안양시 제공.
전국 관공서에서는 유일하게 공무원 노동조합기가 게양된 경기도 안양시에 국민의힘 소속 심재철 전 국회의원이 ‘안양시장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시비를 걸었다. 노조는 “보수 우익 편향의 정치인이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에 동참해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불순한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심 전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노동조합기가 안양시청 게양대에 내걸리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가 안양을 대표하거나 안양의 상징이어서 노동조합기를 내건 것인지 안양시장은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양시는 2021년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시청 게양대에 한반도기를 내걸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안양시장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심 전 의원은 안양 동안을에서 16대부터 20대까지 내리 5선을 하며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지만,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의원에게 져 지역구를 내줬다.
이에 대해 라일하 전공노 안양시지부장은 “노조기 게양은 대등한 노사관계를 위한 상징적 의미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노사 상생을 위한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5년 내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사안에 지역 원로라는 분이 이런 시비를 건 것은 분란이라도 일으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안양시청의 노조기 게양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안양시 공무원노조는 전체 직원의 99%인 1900여명이 가입돼 있다. 2018년 취임한 민주당 소속 최대호 안양시장과 전공노 안양시지부는 노사화합 차원에서 전국 처음으로 노조기를 안양시기와 나란히 걸었다. 현재 안양시청 게양대에는 태극기를 중심으로 좌우로 안양시기, 노조기, 안양을 연고로 한 프로농구·프로축구·아이스하키팀기, 경기도기, 새마을기가 걸려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사 상생의 시대, 공존의 세상을 펼쳐나가야 할 시점에 지역 정치원로라는 분이 편 가르기와 노조를 적대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노동과 인권의 상징 도시로서 노조기를 시기와 함께 게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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