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6조3천억원에 이르는 경기도 성남시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 심사 직전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의 백현마이스 개발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대에 전시 컨벤션 센터와 복합업무시설(임대주택 포함), 오피스, 호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개발 면적이 서울 강남 코엑스의 1.4배에 이른다.
31일 성남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 심사를 앞둔 지난 8~12일 토목·교통·도시·건축 등 8개 분야 평가위원 17명을 공개 모집했다. 공모에는 1210명이 응했다. 이후 공사는 159명을 평가위원 예비 후보로 추려 심사 당일인 25일 오전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한 뒤 최종 17명을 선정해 같은 날 오후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한화컨소시엄 쪽이 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을 성남시에 제기했다. 한화 쪽은 “특정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예비 평가위원들의 녹취록과 7명의 명단도 함께 제출했다.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성남시와 공사는 의혹이 제기된 7명 가운데 5명이 ‘예비 후보군’ 159명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와 공사는 예비 후보군을 제외하지 않고 평가위원 전체 응모자 1210명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최종 평가위원 17명을 선정하고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의혹을 제기한 한화는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고 디엘(DL)이앤씨가 참여하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의회 이덕수 의원(국민의힘)은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성을 위해 평가위원을 공모하고 사전에 자격 검증을 완료한 뒤, 검증된 지원자 전체 명단에서 평가 당일 무작위로 뽑는 것이 일반적인데, 공사는 159명으로 미리 추렸다”며 “(159명에 대해) 전방위 로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특정사로부터 ‘심의위원으로 등록하셨지요? 찾아뵙고 설명 좀 하겠습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며 “사전에 예비 평가위원 명단을 만든 것, 명단 유출 신고를 받고도 심사를 늦추거나 중단하지 않고 심사를 강행한 것 등 모든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면서도 “심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업은 민주당 소속의 전임 시장 때인 2020년 12월 확정됐고 2021년 하반기에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개발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건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재검토를 지시해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그러나 재검토 끝에 종전에 계획한 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 시장은 지난 2월 새해 시민인사회에서 “투명한 개발 방향과 사업 방법을 찾기 위한 공모지침 기준을 만든 후 올 상반기 내 사업시행자를 공모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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