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70대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아 2시간여를 헤매다가 구급차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31일 용인동부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30일 오전 0시28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에서 70대 남성 ㄱ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차량에 치여 쓰러졌다. ㄱ씨를 발견하지 못한 차량은 다시 쓰러져 있던 그를 덮치고 지나갔다. 사고가 난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혼용 도로였다. 공터에 주차했던 그랜저 차량이 후진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10여분 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복강 내 출혈이 의심돼 ㄱ씨를 이송할 종합병원 응급실을 문의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11곳에 문의했지만, 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교적 의식이 또렷했던 ㄱ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구급대는 일단 오전 1시52분께 용인 기흥구 신갈동 강남병원에서 1차 응급조처를 받았다. 범위를 넓힌 구급대가 수소문 끝에 90여㎞ 떨어진 경기북부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그를 구급차로 이송했다.
헬기 이송도 검토했지만 기상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의정부로 이송하던 중 오전 2시30분께 ㄱ씨에게 심정지가 왔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6분 뒤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한편, 경찰은 사고를 낸 그랜저 운전자 ㄴ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ㄴ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ㄴ씨는 경찰에서 “후진할 때 사람을 친 사실을 몰랐다. 이후 전진하면서 물체가 부딪치는 느낌이 있어서 사고가 난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