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벌인 살인 사건은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잃고 화가 나자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저지른 끔찍한 범행으로 밝혀졌다.

11일 시흥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ㄱ(39·중국 국적))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 4층에서 이웃인 40대 ㄴ씨를 목 졸라 기절시킨 뒤 흉기로 한 차례 찔렀다. 그는 이어 13층으로 올라가 또 다른 이웃인 70대 여성 ㄷ씨, 60대 ㄹ씨를 잇달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ㄱ씨는 최초 범행 대상인 ㄴ씨와 인터넷 도박을 함께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ㄴ씨의 소개로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대 그동안 8000만원 상당을 잃었고, 사건 당일에도 160만원 정도를 추가로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화가 난 ㄱ씨는 ㄴ씨를 원망하며 다투다 흉기를 휘둘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ㄴ씨가 숨진 것으로 착각한 ㄱ씨는 범행 직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또 다른 이웃들도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ㄱ씨는 7층과 14층에 사는 주민들을 먼저 찾아갔지만, 모두 사람이 없자 13층으로 가 ㄷ씨를 살해하고, 그 옆집의 ㄹ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ㄱ씨는 인터넷 도박을 하기 위해 ㄷ씨에게 가끔씩 휴대전화를 빌려 쓴 것으로 조사됐고, ㄹ씨와는 화투 놀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경찰에서 “ㄷ씨의 휴대전화를 빌려 쓸 때마다 1만원 정도의 용돈을 줬으나, 언젠가부터 이 돈을 주지 못했다”며 “ㄷ씨가 이에 대해 나무라는 발언을 해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ㄱ씨는 ㄹ씨에 대해서는 화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따거나 자릿세를 받아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씨가 ㄷ씨와 ㄹ씨를 살해하기 직전 찾아갔던 7층과 14층에 사는 입주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한편, ㄱ씨는 7층 자신의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택시를 불러달라”며 협박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이날 오후 8시55분께 붙잡혔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ㄱ씨는 “오늘 내가 사람을 3명 죽였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ㄱ씨가 오후 8시~8시20분 사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의 확인 결과, ㄱ씨는 2010년 국내에 들어와 이듬해인 2011년 한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별다른 직업을 찾지 못한 ㄱ씨는 지난해 10월께부터 한국 국적의 친척이 계약한 시흥의 한 아파트에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거주해왔다. 경찰은 ㄱ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