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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준설토’ 반출 두고 여주시-골재업체 갈등

등록 2023-05-08 18:10수정 2023-05-08 21:36

여주시 ‘계약분량 초과’ 이유로 반출중지 명령
업체는 “눈대중 측량으로 행정권 남용” 반발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쌓여 있는 경기 여주시 대신면 당산적치장 내 설치된 골재 선별기계.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올린 준설토가 쌓여 있는 경기 여주시 대신면 당산적치장 내 설치된 골재 선별기계.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이포보에서 상류 방면으로 6㎞가량 떨어진 곳에 당산적치장이 있다. 남한강 사업 과정에서 퍼 올린 준설토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다. 지난 2일 찾은 당산적치장은 골재 채취 작업이 중단된지 오래인 듯 뿌연 흙먼지만 날렸다. 여주시가 올해 1월19일 준설토 반출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선별 및 파쇄 등 모든 공정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매매계약 당시 양쪽이 합의한 것보다 많은 분량의 준설토를 가지고 나갔다는 게 반출중지 명령을 내린 이유였다. 골재선별파쇄업체인 거성레미콘(주)은 “여주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눈대중’으로 반출 중지명령부터 내리고, 이후 ‘도둑 측량’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서 변경과 각서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여주시는 2020년 3월11일 292만3천㎥의 준설토가 쌓여 있는 당산적치장을 283억원에 거성레미콘에 매각했다. 계약조건은 매각대금 10%를 선납하고, 이후 분기별로 8%씩, 계약 만료 마지막 분기에 10%를 완납하는 방식이었다. 거성 쪽은 60억원을 들여 골재 생산을 위한 설비 등을 마쳤다. 그러나 골재 반출을 위한 교량 진출입로 확장공사, 골재 선별에 필요한 물 확보를 위한 하천수 사용 문제 등으로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계약기간 만료를 1년을 앞둔 지난해 9월27일에야 준설토 반출이 승인됐다. 이후 약 석 달 동안 납입한 대금(전체 매각대금의 10%)의 절반가량인 15만㎥를 반출했다는 게 거성의 주장이다.

거성이 여주시에 반출중지 명령으로 이어진 반출량 산정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여주시는 지난 2월14일 외부측량업체에 의뢰해 당산적치장 준설토 수량측량을 했다. 시는 측량 결과, 잔여 준설토가 193만6천㎥로 약 33%(98만㎥ 상당)의 물량이 반출됐다고 3월14일 거성에 통보했다. 거성 쪽은 매매계약 당사자인 업체 쪽 입회자도 없이 몰래 와서 측량하고, 측량기준점도 지형보다 1m 이상 높은 도로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거성레미콘 조동윤 고문은 “측량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98만㎥의 골재를 반출하려면 석 달 동안 24시간 내내 선별해도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법에도 없는 ‘월 8만㎥ 이상 골재 선별 및 반출을 하지 않겠다. 어길 때 계약해지’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요구하는 등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기 여주시 대신면 당산적치장.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가 쌓여 있는 곳이다.
경기 여주시 대신면 당산적치장.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남한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가 쌓여 있는 곳이다.
여주시는 최근 측량기준점을 다시 조정해 분석한 결과, 전체 물량에서 약 26%에 해당하는 78만㎥가 반출된 것으로 추정돼 반출중지 명령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앞서 거성레미콘과 소유주가 같았던 골재선별파쇄업체 2곳에 매각했던 준설토 적치장 2곳에서 110억원의 매각대금이 납부되지 않은 전례가 있어 반출중지 명령 조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미납금 가운데 50억원 상당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회수했고, 나머지도 보증보험기금에 지급을 신청해 둔 상태다.

정진태 시 골재자원팀장은 “계약기간이 오는 9월말이면 만료되는데, 그동안 인허가 지연 문제 등으로 골재 판매 및 대금 납입 등에도 차질이 있으니 매매계약서 변경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맨눈으로 확인해도 상당히 반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였고, 이후 측량을 통해 확인한 만큼 행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편, 여주시에는 2009~2010년 4대강 사업 과정에서 19개 준설토 적치장이 생겼다. 현재 9곳은 반출이 완료돼 복구됐고, 5곳은 반출 및 복구 중, 나머지 5곳은 매각 예정이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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