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천 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반려식물병원 입원실에서 식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손지민 기자
파랗고 풍성한 이파리가 달려 있던 반려식물이 하루하루 축 처지고 힘이 없다면 무엇을 먼저 의심해야 할까. 물을 제때 적당히 줬는지, 뿌리를 들어내고 무리하게 흙을 갈아주진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20년간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한 주재천 환경농업팀장은 “아픈 식물을 들고 찾아오는 경우의 70%는 수분 관리와 화분 갈이의 문제”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서울시 반려식물병원에서 주 팀장을 만나 ‘식물집사’가 챙겨야 할 기본에 대해 들었다.
식물집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물을 너무 많이 주는 것이다. 식물이 수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잎이 축 처지게 된다. 주 팀장은 “사람은 언제 물을 마시냐고 물어보면 모두 ‘목이 마를 때’라고 답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라며 “흙을 눌렀을 때 물이 묻어나오면 아직 목이 덜 마른 것이다. 이렇게 3개월 동안 확인해보며 물을 주면 우리 집 식물이 며칠에 한번 물을 먹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물을 깜빡하고 주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을 제때 먹지 못해 식물의 뿌리가 갈변되면 뒤늦게 물을 줘도 다 먹지 못한다. 식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물의 양을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가정에서 분갈이를 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주 팀장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화분 갈이를 하면서 화분을 가는 것이 아니라, 흙갈이를 하는 것”이라며 “가정에서는 화분 갈이를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 화분 갈이는 식물이 너무 잘 자라서 화분이 작아졌을 경우 큰 화분으로 옮기면서 사용하던 흙을 그대로 옮기고, 새 흙을 조금씩 보태주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으로 바꿔주려고 화분 갈이를 하는데, 식물 입장에서는 잘 살고 있는 집에서 강제로 옮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 식물도 몸살이 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신 가정용 비료와 친환경 살충제를 꾸준히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잎 아래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은 영양결핍이다. 주 팀장은 “봄·가을에 한번씩 비료를 주면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물의 치료는 사람이나 동물 치료와 개념이 다르다. 사람과 동물은 상처가 아물면 나은 것이지만, 식물은 병든 잎이 다 떨어지고 새순이 나야 치료됐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입원과 치료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주 팀장은 “뿌리는 멀쩡한데, 잠시 생육이 불량한 상황이면 일주일이면 낫는다. 새순이 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면 45일이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