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소방관을 괴롭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고참 소방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4단독 박형민 판사는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소방관 황아무개(51)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판사는 “하급자들의 교육 등을 빙자해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심한 폭언과 모욕적 언사나 폭행을 지속해서 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들이 없었다면, 피해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초기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강변했다”면서 “피해자를 피해망상으로 몰아가는 등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자 했다. 그런데도 피해자나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황씨는 지난해 1~4월 함께 근무한 신임 소방관 홍아무개(당시 25살)씨를 폭행하고, 폭언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주먹으로 때리는가 하면, 안전화의 성능을 테스트하겠다며 문을 강제 개방할 때 사용하는 도구(길이 60㎝, 무게 5㎏)로 홍씨의 발등을 찍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7일 소방사로 임용된 홍씨는 석달 뒤인 4월27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과천소방서는 자체 조사를 벌여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것으로 보고, 같은 해 6월 그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황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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