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가 광화문 월대와 삼군부 등 조선시대 주요 시설물을 훼손하고 그 위에 깐 철로가 시민에게 공개됐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16일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 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월대란 궁중의 각종 의식 등에 이용되는 넓은 단을 말한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부터 발굴조사와 월대 복원 및 주변부 정리를 병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인 경복궁 광화문 전면부 6107㎡ 가운데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부(1620㎡)를, 서울시는 월대 주변부(4487㎡)를 맡았다.
이번에 공개된 현장에서는 일제가 설치한 철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17년 설치된 전차 철로는 광화문 월대의 동·서편에서 ‘와이(Y)’자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되는 모습이었다. 전차 철로는 두 줄씩 만들어졌으며, 하부에 납작한 돌을 깔고 상부에 콘크리트 기초를 조성하는 방식이었다. 그 밑으로 월대와 어도가 있던 자리는 별다른 보전처리 없이 훼손됐다. 이 철로는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16일 오전 광화문 월대와 주변부 발굴조사 현장이 시민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서편에 있는 삼군부의 외행랑터와 동편에 있는 의정부의 외행랑터로 추정되는 건물지도 보였다. 그 동안 사료를 통해서만 추정되던 건물 위치가 눈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외행랑과 관련한 유구는 잡석 줄기초와 방형의 적심 시설(대형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한 다짐돌)로 모두 21기다. 이 유적들은 전차 철로 70㎝ 아래에서 발견됐다. 의정부 외행랑터 규모는 남북방향 7칸, 동서방향 3칸이며 삼군부 관련 유구의 규모는 남북방향 11칸, 동서방향 8칸이다. 삼군부 행랑 기초 시설 외에도 배수로 등이 함께 발굴됐다. 중앙에는 임금이 지나가는 길인 ‘어도’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하루 3회씩 회당 30명, 총 270명에게 발굴과정을 공개한다. 다음달에는 광화문과 주변 역사 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문헌자료, 발굴 유구 현장의 이야기 등을 담은 영상도 제작할 계획이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