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사립 공공 ‘느티나무도서관’. 이정하 기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이 때아닌 ‘정치 편향’ 시비에 휘말렸다. 문제를 제기한 쪽은 용인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주관한 행사를 도서관 안에서 열었고,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도서관 운영 법인이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작은 경기도의회의 도서관 지원 예산 삭감이었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는 2023년 본예산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경기도가 제출한 예산안 중 느티나무도서관 예산 1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삭감을 주도한 국민의힘 소속 김선희 경기도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도-시비 매칭 비율이 1 대 9로 갑자기 변경되면서 용인시 부담이 과중해졌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느티나무도서관만 지원하는 건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애초 도-시비 매칭 비율은 2017년부터 3 대 7이었으나 경기도는 올해 1 대 9로 비율을 조정해 예산안을 도의회에 올린 바 있다.
느티나무도서관 운영비는 지난해 기준 약 8억5천만원이다. 대부분은 등록회원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17% 정도를 정부·지자체 보조금으로 채운다. 보조금 1억5172만원 가운데 문제가 된 ‘도-시비 매칭사업비 5천만원’을 올해부터 1억5천만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도-시비 부담 비율을 조정했다. 고액 기부를 해온 등록회원들이 하나둘 은퇴하면서 운영비가 부족해질 가능성을 계산에 넣은 조처였다.
하지만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경기도 부담분이 전액 삭감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도서관 회원들이 지난 1월28일부터 ‘도비 복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1999년에 개관한 이 도서관의 회원은 6만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서명운동과 함께 경기도의회와 예산 삭감을 주도한 김선희 의원에게 항의 편지도 썼다. 서명에는 1만명이 넘는 용인시민이 참여했다.
‘정치 편향’ 시비는 서명운동이 확산 일로에 있던 지난달 14일 나왔다. 용인시는 보도자료를 내어 “느티나무도서관 쪽이 도서관 예산 지원을 용인시가 끊은 것처럼 왜곡해서 악선전한다” “(서명운동은) 의도적으로 용인시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 행위로 의심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도서관 회원들의 서명운동에 ‘정치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용인시는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이 주최한 ‘수지시민 정치학교’ 행사가 이 도서관에서 열렸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도서관 운영 주체인 느티나무재단이 민주당 소속 용인시장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는 점을 ‘정치 편향’의 근거로 제시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을 향한 경고 보도자료를 낸 용인시. 용인시 보도자료 갈무리
도서관 쪽은 정치 편향 시비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은 <한겨레>와 만나 “수지시민 정치학교는 정춘숙 의원실 주관·주최로 열렸고, 도서관은 대관만 해줬을 뿐”이라며 “용인시가 괜한 트집을 잡아 예산 문제와 서명운동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도서관 쪽 비판에 별도의 의견은 내지 않으면서 ‘매칭 상대인 경기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느티나무도서관 운영비로 용인시가 편성한 1억3500만원은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도서관에 전달했다.
민주당 소속 이교우 용인시의원은 “도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한 이유도 석연찮고, 민간 재단을 상대로 겁박하는 수준의 용인시 행보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에선 이상일 시장이 21대 총선 당시 용인시병 선거구에 출마해 정춘숙 의원에게 패배했는데, 그때의 앙금이 남아서 도서관 일에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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