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사람들 소송하면 과실이 100% 아닐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30∼50%가 될 수 있어요. (추가 고소는)수사 결과에 따라 해야 할 것 같아요.”
22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본관 3청사 1층 인권센터에 마련된 ‘전세 사기 피해 주민들을 위한 법률 지원 접수처’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추가 고소를 해야 할지 묻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답변에 대한법률구조공단 김천본부 법률복지팀 소속의 한 과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접수를 시작한 법률 지원 접수처 앞에는 법률 지원을 받으려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접수처 앞에 있던 6석짜리 가로 의자는 가득 찼다. 구청 공무원들은 급히 다른 곳에서 임시 플라스틱 의자 5개를 꺼내 왔다.
접수처에서는 대한법률공단에서 전문변호사가 파견돼 피해자마다 상황에 맞는 대처 방안을 상담하고 보증금 반환 소송 등을 지원한다.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125% 이하인 피해 주민에게는 민사소송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날 접수처에서는 1∼2개 동으로 이뤄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한 아파트 건물이 통째로 법원 경매에 넘어가면서 피해를 본 77가구의 세대주 위주로 접수가 이뤄졌다.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와 임대업자가 짜고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을 안전한 것처럼 속여 전세계약을 맺게 했다며 전세 사기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월부터 이 사건에 대해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뒤 1년 만에 경매 통보를 받은 정윤정(29)씨는 “법원 경매장 받기 전 소식을 들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집으로 보낸 법률 상담 광고 전단을 보고 내 집도 전세 사기 대상이었음을 처음 알았다”며 “아버지가 아파트에 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난생처음 독립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임대인이 집도 여러 채 가지고 있고 돈도 많은 사람’이라는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임대인은 한 번도 못 보고 입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중위소득 125% 이하가 아닌 탓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소송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실낱같은 방법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정씨의 전세 보증금은 7500만원 정도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뒤 지난 7월 경매 통보를 받은 최현옥(59)씨도 “오늘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하루를 다 썼는데 그래도 모자란 것이 있다”며 “그래도 대책위가 꾸려져서 미추홀구와 인천시를 대상으로 도움을 요청해서 법률 지원을 받게 됐다. 법률 상담은 이번이 처음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을 상담했던 대한법률공단 김천본부 법률복지팀 쪽은 “피해 규모가 상당해 경매를 진행해도 낙찰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 집 가격은 계속 내려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깡통전세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약이 끝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율은 서울 강서구(60건·9.4%) 다음으로 인천 미추홀구(53건·21%)가 두 번째로 높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초까지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피해 금액은 4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추홀구 쪽은 “이번 법률 지원 접수처 운영을 통해 대한법률공단 지원을 받을 수 없더라도 대한변호사협회 쪽과 연계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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