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하루만에 유럽출장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참사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충분한 예방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서울시와 용산구가 ‘참사 책임론’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31일 “지금은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수습과 애도를 위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후속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담 공무원을 일 대 일로 배치해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안전 관리 전문가들은 사고 수습과 함께 단기·중장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때라고 지적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월8일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 등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이틀 뒤인 8월10일, 반지하 주택 단계적 폐지와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 설치 등 중장기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용산구는 31일 “구 차원에서 12월31일까지 용산구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재난 안전 관리 전문가들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일수록 안전 관리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애도의 시간이 지나면 행사는 또다시 계속 열릴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책이라도 빨리 세워야 한다”며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해 안전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예년 기준 적정 수준 이상 규모의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파악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민간 주최 측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하므로 안전사고 예방을 상당히 신경 쓴다”며 “오히려 주최 측이 없을 때 지자체를 중심으로 경찰·소방 당국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는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인원 분산 등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주최 측 없는 행사라고 서울시, 용산구, 정부의 안전 관리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대책은 단순하다. 지자체나 경찰 현장 지휘자들이 행사 현장에서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로 인한 시민 불편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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