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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뜬 ‘퀴어 무지개’…공원은 “불허”, 인권보호관은 “왜 안돼?”

등록 2022-10-16 22:00수정 2022-10-17 08:51

인천 미추홀구 중앙공원서 3년 만에 대면 퀴어축제
일부 반대 시위자 있었지만 평화롭게 마무리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있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고 다양해지고 풍성해진다.”(조정일 성소수자부모모임 회원)

인천에서 3년 만에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15일 오후 2시부터 인천 미추홀구 중앙공원 광장에는 몸을 무지개 깃발 등으로 덮은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참가자를 600여명으로 추산했다.(경찰 추산 400여명) 광장에는 성소수자 단체, 기후위기 대응 단체, 노동 단체 등이 차린 30개 부스가 들어섰다. 이 축제는 2018년 처음 열린 뒤 3회와 4회는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만 진행됐다.

3년 만에 광장에서 열린 터라 참가자들은 흥분을 쉽게 내려놓지 않았다. 그곳에서 만난 이희현(20)씨는 “2회 축제(2019년)에 참석했지만 바로 다음해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행진도 못 했다”며 “내가 사는 지역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광장을 찾은 ㄱ(16·남양주)군과 ㄴ(15·서울 성북구)군은 “많은 사람이 행사 진행을 위해 서로 돕는 느낌이다. 이런 모습 너무 보기 좋다”며 “그동안 용기가 없어서 퀴어 축제에 참석 못 했는데 용기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부터 행진이 시작됐다. 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대형 십자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의 문구가 담긴 팻말을 내보여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온 꼬꼬(활동명)씨는 “축제를 비난하는 분들에게 동성애가 어떤 피해를 주는지, 성경은 제대로 읽어보셨는지 되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ㄷ(19)양은 “오늘 하루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평화롭게 마무리된 이 축제는 개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광장을 관리하는 인천대공원사업소의 공간 사용 불허 처분 결정이 있었다. 소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결정은 번복되지 않은 터라 축제는 승인받지 못한 채 열렸다. 다만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이 결정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는 거부 처분”이라고 판단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도 “한국어 사전에서 공원은 여러 사람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인데,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은 이 정의에 부합한다”며 “왜 승인을 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차별 행정”이라고 했다.

이번 축제의 후원 기관에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키아라 레이시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 공관 차석은 별도 영상을 통해 “인천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누구도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열린 제2회 축제에는 직접 참석했다.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욱 기자

15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발언하는 이동환 목사. 이동환 목사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을 열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2년 목사 자격정지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의 2심 선고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이동환 목사는 이날 <한겨레>에 “법리적으로 무죄가 확실하지만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무죄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15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발언하는 이동환 목사. 이동환 목사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식을 열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2년 목사 자격정지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의 2심 선고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이동환 목사는 이날 <한겨레>에 “법리적으로 무죄가 확실하지만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무죄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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