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전·세종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해당 사건 관련자를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공모자로 적시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주당 쪽은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감추려는 ‘검찰의 정치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지난 9월30일 용도변경 등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성남에프시 광고 후원금 명목의 뇌물 55억원을 받는 데 관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ㄱ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성남에프시에 해당 금품을 준 두산건설 전 대표 ㄴ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자 성남에프시 이사장으로 있을 때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에프시가 두산건설(42억원), 네이버(40억원), 농협(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등 관내 6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분당구 정자동 병원용지 9936㎡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ㄱ씨와 ㄴ씨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ㄱ씨와 ㄴ씨의 공소장에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과 공모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현재 성남에프시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수사 전개 상황을 염두에 두면 ㄱ씨와 ㄴ씨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 그의 측근을 ‘공모자’로 적시한 것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그간 검찰은 애초 경찰이 혐의 없다고 판단한 네이버와 차병원 등에 대해서도 사실상 재수사에 들어가며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특히 이 대표와 함께 정진상씨를 공모자로 적시한 것은 이재명→정진상→성남에프시→각 기업들로 이어지는 범죄의 연결고리를 검찰이 파악했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이름을 공소장에 적었다는 것은 공모관계로 볼 만한 증거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조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랫사람을 우선 제3자 뇌물 구도로 기소하고, 순차적으로 이 대표까지 이어가려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형법 교수는 “요즘 특수부 수사는 위를 치고 아래로 내려가는 수사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식의 수사를 한다. 성남시 공무원(ㄱ씨)을 기소했다면 그다음은 정진상, 그다음은 이 대표일 것”이라며 “이 대표 기소라는 검찰의 목적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한다. 이 대표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흘리는 행위는 무죄 추정 원칙 위반”이라며 “억지로 죄를 만들고 수사가 아닌 사냥을 하는 검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성남에프시 수사는 욕설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윤석열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이 무슨 근거로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로 적시했는지 의문”이라며 “온갖 곳을 들쑤시고 이 잡듯 먼지를 턴다고 무고한 사람에게 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하 강재구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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