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설치된 대심도 터널의 내부 모습. 서울시 제공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8명이 숨지고 1만5000동이 넘는 주택이 침수 피해를 겪은 서울시가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에 2027년까지 ‘대심도 터널(빗물 배수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2일 “언제 올지 모르는 기상이변에 대비하고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 사업 시행계획을 수립했다”며 “지난 8월8~11일 100년 빈도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3곳에 2027년까지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체 사업비는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심도 터널은 하천으로 연결되는 대형 배수시설을 지하에 만들어, 집중호우 때 빗물과 하수 역류로 지상이 침수되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강남역 대심도 터널은 강남역→신논현역→논현역→신사역을 지나 한남대교 쪽 한강까지 연결되는 3.1㎞ 구간에 직경 8.3m짜리 터널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국비와 시비가 3500억원 투입된다. 시간당 110㎜ 이상 폭우를 견디는 규모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인왕산과 북악산 경사면을 타고 내리는 빗물이 모이는 광화문 일대엔 서촌에서 청계천을 ㄴ자로 연결하는 3.2㎞ 길이 대심도 터널이 설치된다. 직경 5.5m짜리 터널을 설치하는 데 25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도림천 쪽 터널은 2개를 뚫는다. 전체 길이 5.2㎞로 신대방역에서 여의도 샛강으로 이어지는 구간(직경 8.5m)과 대방천에서 샛강을 연결하는 구간(직경 4m) 공사에 3000억원이 들 예정이다. 광화문과 도림천 대심도 터널은 시간당 최고 100㎜ 이상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이다.
서울시는 10월에 사업별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 뒤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1차 계획에서 빠진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 3곳의 대심도 터널은 2차 계획으로 잡혔다. 2030년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다.
대심도 터널은 애초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2011년, 오세훈 당시 시장이 7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 재임 때인 2015년 전문가 의견과 시민 숙의 과정을 거쳐 양천구 신월동을 뺀 나머지 6곳엔 대규모 토목공사 대신 빗물펌프장과 저류지를 신설하는 소규모 분산형으로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침수가 잦은 광화문 인근엔 우회 배수로를 뚫고, 사당동 쪽엔 평소 지하도로로 쓰다 폭우 땐 저류조로 이용하는 ‘스마트 터널’ 등을 건설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달 8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홍수 피해가 크게 나자, 오 시장은 이틀 만인 10일 대심도 터널 재추진 계획을 꺼내 들었다. 당시 대심도 터널이 설치된 양천구 신월동 일대엔 홍수가 나지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대심도 터널이 없었던 광화문 쪽도 별다른 침수 피해가 없었다. 오 시장은 신속한 공사의 마무리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공사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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