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촌 사이에 빌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신축 빌라 건축이 많았던 서울 강서·금천·양천구의 연립·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집을 처분해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큰 거래를 가리킨다.
서울시가 23일 발표한 ‘자치구별 연립·다세대 전세가율 현황’을 보면, 2분기(4~6월) 현재 강서·금천·양천구의 전세가율(이하 신규 계약 기준)은 각각 96.7%, 92.8%, 92.6%다. 관악·강동·구로구도 90%에 근접했다. 서울 평균은 84.5%다. 전세가율은 매맷값 대비 전셋값의 백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두 가격의 차이가 작다는 뜻이다. 다만 실거래만 뽑아 산출한 수치인 터라, 전반적인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현정 서울시 주택시장분석팀장은 “강서·금천·양천구는 최근 5년 이내에 신축한 연립·다세대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라며 “신축 빌라는 거주 환경이 좋아 전셋값은 높게 형성되지만 투자 가치는 낮아 매맷값은 높게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본동에서 11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50)씨는 “최근 수년째 서울 아파트 전세와 매맷값이 너무 올라 빌라 전세 수요가 늘고 있었는데, 강서구는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빌라 전세 수요가 더 몰렸다. 신축 빌라는 매매와 전세 가격이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 가입을 제안한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가격에서 근저당권 등 선순위 채권을 뺀 보증한도 내에서 전세보증금을 상품 가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돌려준다.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의 150%인 터라 선순위 채권만 없다면 전세금 전액 보장은 무난하다.
서울시는 ‘서울 주거 포털’(housing.seoul.go.kr)에 올해 8~12월 임대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측되는 자치구·주택면적·유형별 전월세 임차물량(총 2만6858건)과 2분기 전월세 전환율(아파트 평균 3.9%, 연립·다세대 5.2%)도 함께 공개했다. 분기마다 전월세 시장 지표를 공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사를 앞두고 계약한 집이 깡통전세일까 불안해하거나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실거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