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개발 논의만 무성한 50만㎡ 넓이의 서울 용산정비창 터가 초고층 건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직주혼합형 국제업무지구’로 본격 개발된다. 각종 글로벌 첨단기술(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했다. 2013년 도시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이후 10년째 방치된 용산정비창 터와 선로 터, 용산변전소 터 일대 50만㎡에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핀테크 등 관련 첨단 기술 집약적 기업과 직원들이 머무는 ‘직장·주거 혼합형’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직장과 주거가 혼합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생활에 필요한 이(e)-스포츠 콤플렉스와 증강현실 공연장 등 각종 문화시설과 여가활동 공간 등도 국제업무지구 안에 들여놓을 계획이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는 영어와 세제 혜택 등 측면에서 우리보다 경쟁력이 있지만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하다. 국제업무지구에선 365일 전시와 공연, 버스킹이 어우러질 것이다. 서울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녹지생태 도시 콘셉트도 내세웠다. 롯데타워(555m)보다 높은 초고층 건물을 짓더라도 지상 면적의 50% 이상을 녹지로 확보해 용산역과 용산공원, 한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지하에 2개 층의 도로를 신설해 차량은 그곳에서만 다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법상 용적률 상한 1500%를 넘어서기 위해 국제업무지구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입지규제 최소구역은 도심·부도심 또는 생활권 중심지역이나 철도역사·터미널 등 기반시설 중 지역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시설과 주변 지역을 집중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 때 지정하고,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서울시는 업무지구 안에 주택 6천채가량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5천채는 주택, 1천채는 오피스텔이 될 것”이라며 “업무지구 연면적의 30%에 주택을 짓는데, 75%는 분양이고 25%는 임대”라고 말했다.
시는 지금까지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계속 무산된 배경에 민간 프로젝트금융회사(PFV)가 전체 사업을 주도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번엔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5조5천억원 상당의 땅 주인인 한국철도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 단계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는 12조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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