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 내항 8부두에 있는 상상플랫폼 사업 현장. 상상플랫폼 공사장 곳곳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승욱 기자
“상시 고용 200명 이상, 건설 원자재 90% 이상을 인천 지역에서 채용하고 조달할 계획. 미술관·공연장·체험시설 등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도입과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2020년 9월1일 인천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인천 중구 1·8부두의 폐곡물창고를 복합문화시설 ‘상상플랫폼’으로 탈바꿈할 때 예상되는 효과를 나열한 것이다. 약 400억원의 국비·시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6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오전 10시에 찾은 상상플랫폼 공사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건물 입구는 컨테이너 하우스와 나무판자 등으로 막혀 있었다. 나무판자 등에는 ‘유치권 행사 중. 기물 파손, 무단출입할 때 즉시 형사고발’, ‘당 현장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 무단출입 및 현수막 훼손시 법적 조치됨’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2층 지붕에는 창문을 설치해야 할 공간이 뻥 뚫려 있었고, 건물 내부에는 공사 자재들이 방치돼 있었다. 이 건물 경비노동자 ㄱ씨는 <한겨레>와 만나 “올해 봄(3월)부터 공사가 멈췄다. 시공사가 원청에서 공사비를 못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반도건설이 공사를 중단한 까닭은 시행사인 ㈜무영씨엠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하 무영 컨소시엄)으로부터 공사대금 200억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률이 80%를 넘은 상황에서도 공정률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대금(기성금)을 못 받자 공사를 멈춘 것이다.
무영 컨소시엄이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한 건 금융권 대출이 막혀서다.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원자재값 급등과 공사 기간 연장 탓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에 난색을 보였다. 실제 예상 공사비는 애초 180억원에서 277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인천시 재생콘텐츠과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금융기관 쪽에서 추가 담보를 (무영 컨소시엄에) 요청했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상상플랫폼의 완공이 언제 이뤄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완공된 상상플랫폼 내 공적이용공간도 무영 컨소시엄이 맡은 사적이용공간 완공 지연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공적이용공간은 공적 자금(국비·시비)으로 조성된 터라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무영 컨소시엄 쪽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고만 말했다.
인천시 쪽은 무영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을 심사할 때 피에프 대출 등 자금 조달 리스크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반도건설 쪽은 “유치권 행사 외에 손해배상 소송 등 다른 추가 대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업 전반을 관할하는 인천시가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욱 천호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