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화군 불은면의 한 논. 멀리서 강화군 농민이 모내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승욱 기자
“60만원도 농민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누가 돈을 주는지로 그만 싸우고, 애타는 농부의 마음부터 챙겨달라.”
지난 17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한겨레>와 만난 고재원(59)씨는 ‘농어업인 공익수당’(이하 농어민수당) 이야기를 꺼내자 실소부터 터뜨렸다. 모내기를 하던 고씨는 “예산을 편성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시가 기초단체와 충분히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수당 지급을 추진한 탓에 농어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새로 자리잡을 단체장들 간 수당 규모와 재원 분담 합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농어민수당 지급 계획은 지난해 9월 관련 조례가 인천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수립됐다. 인천시는 조례 제정 뒤 농어업인 가구당 월 5만원씩 연 60만원 지급을 전제로 예산 82억원(총사업비의 50%)을 편성했다. 문제는 농어민수당 지급 재원을 인천시와 해당 기초단체가 반반 부담하는 걸 전제로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정작 기초단체와는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보장제도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도 “(인천시가) 최소 7개 군·구와의 재원 분담 협의를 마쳐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터였다.
인천시가 뒤늦게 협의에 나섰으나 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단체들 모두 “재정 여력이 없다”며 재원 전부를 인천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농어민수당 지급 계획이 시행 첫해부터 심각한 위기에 빠져든 셈이다. 특히 농어업 종사자가 가장 많은 강화군이 재원 분담 거부 입장을 뒤집고 수당을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며 지난 2월 필요 사업비의 40%인 57억6000만원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조달하며 역공을 펴면서 인천시 계획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사실상 올해 농어민수당 지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천시와 기초단체들은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인천시 농축산유통과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군·구와 협의하라는 복지부의 조건을 맞추지 못해 올해 예산 집행은 어려워졌다”며 “강화군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강화군 농업지원팀 쪽은 “기초지자체와 협의 없이 분담 비율을 급하게 정해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한 인천시 책임이 크다”고 반박했다.
농어민들은 수당 지급 불발을 자치단체 간 힘겨루기로 받아들이며 분통을 터뜨린다. 농민 이준서(56·강화군 송해면)씨는 “농어민수당은 농민의 요구로 논의가 시작됐다.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기관끼리 싸우는 게 참 부끄럽다”고 밝혔다. 선원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근준(70)씨도 “얼마 안 되는 돈이라도 일단 예산을 집행하고 점차 늘려가야지 (강화군 주장처럼) 갑자기 규모를 늘리면 행정이 되겠나”라며 “강화군이 한발 물러서서 인천시와 적극 협의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군 강화군농어민공익수당추진본부 집행위원장은 “농업이 식량 생산뿐 아니라 자연 보호, 도시민의 휴양지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이런 부분은 수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게 농어업인 공익수당이다. 강화군은 군민을 위해 당장 (인천시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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