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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노가리 골목’ 시초 ‘을지오비베어’, 결국 강제집행 철거

등록 2022-04-21 17:44수정 2022-04-21 19:43

새벽 4시께 용역 기습 들어와 집기 꺼내고 간판 내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을지오비(OB)베어’가 강제집행으로 철거된 21일 오전 부동산인도집행조서가 붙어있다. 1980년 문을 연 ‘을지오비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다. 연합뉴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을지오비(OB)베어’가 강제집행으로 철거된 21일 오전 부동산인도집행조서가 붙어있다. 1980년 문을 연 ‘을지오비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일명 ‘노가리 골목’의 시초인 ‘을지오비(OB)베어’가 결국 철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21일 새벽 4시께 을지오비베어에 대한 야간 강제집행을 했다. 이들은 가게가 새벽에 잠깐 빈틈을 타 내부 집기를 빼냈고, 을지오비베어 간판을 내렸다. 창업주 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저항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창업주 가족 1명이 다쳤다. 여섯 번째 시도 끝에 이뤄진 강제집행은 이날 완료됐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을지오비베어를 ‘백년가게’로, 서울시는 2015년 노가리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지만, 법원의 판결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세입자 을지오비베어와 건물주 사이의 갈등은 2018년 시작됐다. 건물주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며 을지오비베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을지오비베어는 명도소송에서 패소했다. 이후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회에 걸친 강제집행 시도가 있었지만, 단골손님과 시민단체 등의 저지로 무산됐다.

21일 새벽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새벽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 맥줏집 ‘을지오비(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을지오비(OB)베어’ 앞에서 ‘을지오비베어와 노가리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집행을 규탄한다”고 외치고 있다. 손고운 기자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을지오비(OB)베어’ 앞에서 ‘을지오비베어와 노가리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집행을 규탄한다”고 외치고 있다. 손고운 기자

특히 지난 1월 노가리골목의 또 다른 맥줏집 ‘만선호프’ 사장 방아무개씨가 을지오비베어 건물 지분 70%를 매입해 건물주가 되면서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을지오비베어 최수영 사장은 “만선호프가 한 7~8년 전에 이 골목에 진입했다. (거리 맥줏집을)하나씩 차지한 게 벌써 9개다. 그 가운데 조그맣고 보잘것없는 안주를 파는 우리 집이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며 “건물 임대료나 이런 건 상향 조정해도 된다. 이제까지 지켜온 영업장을 그냥 하게 해달라는 게 기본 바램”이라고 말했다.

이에 만선호프 쪽은 “화장실을 짓기 위해 을지오비베어 매장 안 테이블 3개 놓을 공간만 내달라고 했는데 협상 과정에서 감정이 상했다”며 “우리가 더 많이 벌긴 하지만 을지오비베어도 순수익이 꽤 나오고 장사가 잘 되는데, (시민단체는)우리가 무조건 약자를 괴롭힌다는 시각으로 봐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강제집행에 나선 용역업체의 한 관계자는 “재산권의 문제다. 어려운 거로 따지면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이 더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시민단체 관심은 왜 여기만 몰리냐”며 “민사적 문제라 서울시, 중구, 경찰도 물리적 충돌만 아니면 개입하지 않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한편,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곳을 지키려는 손님 등과 함께 강제집행이 끝난 가게 앞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21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대치 중이다. 이들은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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