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2시 청계천로 세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북 도심지역에서 고밀·복합 민간재개발과 녹지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환경단체는 “고밀개발은 기후변화 대응에 부적절하다”며 우려했다.
오 시장은 21일 오후 2시 청계천로 세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제안하며 “수도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오랜 시간 성장이 정체되고 삭막했던 서울 도심이 고층 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고 활력과 여유가 넘치는 ‘녹지생태도심’으로 재탄생한다. 세계 대도시들이 도심의 마천루와 풍부한 녹지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밑그림을 가지고 도심을 개발했지만, 지난 10년간 유연성 없는 보존 중심 정책으로 서울 도심은 낙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략은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되 그 대가로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공공기여를 받아 공원·녹지를 조성한다는 게 뼈대다.
블록별로 공원을 최소 1개 이상 조성한 뒤 공원과 공원을 녹지 보행로 등으로 연결하고, 연결된 녹지는 인근 지역까지 확산해 도심 전체를 순환하는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세부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시는 이를 통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장권 서울시 지역균형본부장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재정비가 예정된 종묘∼퇴계로, 동대문 일대는 녹지율을 20∼25%까지 높이고, 이미 정비가 끝난 곳은 공개공지를 녹지화하거나 옥상 녹지나 벽면 녹지를 조성해 녹지율을 높일 수 있다”며 “기존에 용적율을 최대 높게 따낸 뒤 이와 별개로 짜투리 땅을 녹지로 조성했다면, 앞으로는 서울시가 계획한 녹지축 조성 계획에 맞춰야만 용적율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 공공기여를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2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등 현행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해, 그 대가로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공공기여를 받아 공원·녹지로 조성한다는 것이 이 전략의 뼈대다. 서울시 제공
시는 또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업무‧상업‧문화시설은 물론 주거공간까지 함께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부터 재정비를 시작한다. 이곳에 있는 171개 정비구역 가운데 일정기간 개발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147개 구역을 20개 내외의 정비구역으로 재조정해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이 적용된다. 종묘~퇴계로 일대 선도사업이 완성되면 ‘연트럴파크’(경의선 숲길 공원·3만4200㎡)의 4배가 넘는 약 14만㎡의 공원‧녹지가 조성돼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녹지 축이 완성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서울시 도심권사업과 담당자는 “종묘∼퇴계로 일대는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이 94%에 달하고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축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전략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까지 공론화 및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서울 도심 기본계획’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에 반영, 내년 하반기부터 구역별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고밀 개발이 녹지 면적이 늘어나는 등 겉으론 좋아 보일 수 있지만, 파리 등 세계적 대도시는 도심에서 오래된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해서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 서울시는 재개발을 통해 겉보기로만 녹지를 확보하고, 탄소배출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려 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건물 높이가 높을수록 에너지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관리비가 늘어날텐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과 부유층만 도심에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기존에도) 도심을 개발촉진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잘 안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규모 상점·공장 등의 복잡한 생태계가 있는데, 재개발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며 “서울시는 새 건물, 높은 건물에 대한 수요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못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직장과 주거가 근접한 ‘콤팩트시티’가 더 친환경적이다. 이번 재창조 전략으로 도심이 재개발되면 환경단체 우려와 달리 탄소배출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며 “기존의 상업지역엔 상업건물만 넣는 식이 아니기 때문에 퇴근 시간 이후에도 도심이 공동화되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