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 부녀회 식당에서 열린 민북지역파주농민회 창립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서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지난 8일 ‘민북지역파주농민회’를 창립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판문점~개성~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파주 민북지역의 농민들은 그동안 군으로부터 수시로 출입통제를 받아 제때 농산물 수확을 못 하거나, 농산물 보관시설도 짓지 못하는 등 경제적 피해를 받아왔다.
민북지역파주농민회는 창립선언문에서 “농민들은 농업의 순환 가치를 실천하는 주체로서 평화의 땅 파주에서 그 가치가 대대손손 이어질 수 있도록 5만 파주 농민을 대표하여 민북지역파주농민회 창립을 선언한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고, 농업과 산업이 어우러지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체를 이루는 조화로운 파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민을 지키고 농업과 농촌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평화가 정착되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파주를 만드는 것도 우리 농민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몫”이라며 “임진강변 너른 옥토에서 생산되는 쌀과 개성 인삼의 명맥을 잇는 인삼, 장단콩 등 군사분계선 남·북 양쪽으로 펼쳐진 접경지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농산물이 대를 이어 이 땅에서 평화로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민북지역농민회는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수십년간 벼·과일농사를 지어온 김용구·이형일·전환식씨를 공동대표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인 김상기씨를 사무국장으로 선출했다.
민북지역 출입영농인들은 지난해 9월 농업노동자를 인솔하는 출입영농인들에 대한 육군 1사단의 과도한 출입통제가 계기가 되어 ‘민북출입영농인 군갑질 피해근절 대책위원회’를 꾸려 군의 과도한 통제 중단과 갑질 행태 사과를 요구하며 농기계 저속운행 시위 등을 벌여왔다.
지난 8일 파주시 통일촌 부녀회 식당에서 열린 민북지역 농민회 창립식에 참석한 농민들의 모습.
5천명에 이르는 파주 민통선 출입영농인들은 관할 1사단에서 출입증을 받아 일출 시간에 농사를 지으러 들어간 뒤 일몰 시간에 퇴근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김상기 사무국장은 “민북지역 농민들은 분단지역이라는 특수상황을 이해하며 많은 것을 감내해왔지만, 재산권 행사와 출입통제 등 군과 정부로부터 받은 2중의 피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다른 지역처럼 평화로운 공간에서 환경적 가치를 생각하며 자유롭게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민북지역파주농민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