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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무 관찰 ‘시민과학자’, 서울 생물다양성 전략 만든다

등록 2022-04-08 05:00수정 2022-04-08 08:51

시민 30명, 1년간 안양천 등 하천 철새 관찰
책임연구자 “과학자수 한정…시민과학자가 대안”
2020년 12월11일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이 첫 조사를 나섰을 때의 모습. 서울환경연합 제공
2020년 12월11일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이 첫 조사를 나섰을 때의 모습. 서울환경연합 제공

“인간이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을 해석하고 바꾸려 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 참 잘하고 계십니다.”

지난달 16일 서울환경연합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시민조사단) 결과 공유회에서 나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격려다. 시민조사단 30명은 1년여간(2020년 12월~2022년 2월) 자발적으로 동네 하천 철새들을 관찰했고, 그 결과는 서울시 용역 보고서(중랑천, 청계천 및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조류 서식현황보고)에 담겼다. 이날 최 교수는 “철새 주요 도래 시기에 진행되는 하천 정비 공사가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시민들의 연구에 찬사를 보냈다. 이들이 관찰한 대상은 주로 ‘철새’로 안양천 40종 1592개체, 중랑천 53종 4464개체, 청계천 36종 1516개체 등에 이른다.

<한겨레>가 확보한 서울시의 ‘제2차 생물다양성 전략 및 이행계획 수립’ 보고서에도 이 활동 내용이 포함돼 있다. 책임연구자인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5일 통화에서 “시민 참여와 이를 토대로 한 시민과학은 ‘새·나무 등 자연을 학자나 전문가가 매 순간 모든 곳에서 관찰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며 “생물다양성 전략을 위해서는 시의 의지와 함께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침팬지 박사’ 제인 구달은 생물다양성 개념을 ‘거미줄’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는 거미줄이 하나씩 끊어지듯 동식물 종이 하나씩 사라지면 언젠가 구멍이 생기고,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다는 뜻”이라며 “생물다양성을 위해 거미줄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기 위해선 시민과학자가 대안일 수 있다. 이를 이번 사례로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은 1년 동안의 연구·관찰을 통해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면, 적어도 철새 주요 도래 기간만은 피해 하천 정비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관찰 과정과 결과가 서울시 용역 보고서에 수록됐다. 시민조사단 사례는 ‘숲과 나눔 환경학술포럼’에서 ‘도시하천 철새도래지 훼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과학적 접근’이란 논문(박정우·성민규·최진우)으로 발표돼 대상을 받기도 했다.

시민조사단의 활동은 미래형이다. ‘제2차 생물다양성 전략 및 이행계획 수립’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향후 시민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이어가기 위해 ‘서울형 소규모 생태보호지역 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서울시는 남산, 암사동 등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중랑천 상류, 안양천 상류 등 ‘야생생물·철새 보호구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소규모 생태보호지역 지정은 이보다 범위를 좁혀 공원 한구석의 오래된 나무, 웅덩이 등의 보전 가치를 인정해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중랑천에서 시민조사단으로 철새를 관찰한 회사원 서지수(29)씨는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이런 경험은 없었다. 시민조사단으로 직접 관찰을 하면서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시민이 나서면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철새뿐 아니라 내 주변 지역에서 작지만 보존 가치가 있어 보이는 곳들도 들여다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차로 활동을 마감한 시민조사단은 올해 연말 서울환경연합의 ‘시민과학자 양성 과정’을 통해 다시 꾸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예가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작은 생태 공간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외에도 소규모 자연물을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예를 들어 ‘올빼미 구멍’과 같은 자연물 하나도 생태보호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연보호국 자료개방 누리집에 관련 내용을 공개한다. 서울도 ‘아름다운 나무 지정관리제’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지 않고 공개 자료도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소규모 생태보호지역의 경우, 필요하다면 어떻게 지정하면 좋을지 기준 같은 것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서울 시내에서 생태·경관적으로 뛰어나고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들은 조사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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