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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고양 시민들 “공릉천 하구, 시민 힘으로 지키자” 결의

등록 2022-03-22 15:56수정 2022-03-23 02:33

공사중지·수로 철거 등 훼손저지운동 나서기로
경기도 파주·고양시민들이 21일 오후 파주시노동복지센터에서 ‘반환경적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 대응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고양시민들이 21일 오후 파주시노동복지센터에서 ‘반환경적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 대응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추진중인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사업이 ‘반환경적인 하천파괴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고양시민들이 본격적인 훼손 저지 운동에 나섰다.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릉천 친구들 등 지역주민들은 최근 ‘공릉천훼손저지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지난 19일 공사현장에서 공사중지 촉구 시위를 벌였다. 이어 21일 파주시노동복지센터에서 시민토론회를 열어 공사중지 촉구 서명운동과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양신문>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공릉천 하구의 생태적 중요성과 진행 중인 사업의 문제점, 대안 등을 제시했다. 김승호 디엠제트(DMZ)생태연구소장은 “공릉천 하구는 해양과 육상의 생태계가 연결되는 기수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곳으로 10~20년 전만해도 이 일대에서 재두루미와 개리 등 멸종위기종 수천마리가 월동했다”며 “동북아시아 이동 철새들의 중요한 거점지역을 훼손하는 일을 다른 곳이 아닌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특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김진홍 하천연구소 이사장(환경정의 공동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반환경적인 과다 제방 축조는 생물 서식, 수생태 연결성 및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둑마루 폭의 콘크리트 포장은 생물 서식에 전혀 이롭지 않고, 제방에 인접해 설치한 유(U)형 수로는 생물의 함정”이라며 “제방과 기존 둑마루는 현 상태로 두고 수로는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제방을 높이는 대신 하천에 좀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홍수안전도를 높이는 친환경적인 하천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우리도 제방, 댐, 방수로 등 구조물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홍수방어 위주의 치수정책을 홍수위험 관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방을 현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우려되는 홍수 피해 방지를 위해 제내지 토지를 매입해 평상시 생태습지로 활용하면서 홍수시 저류 구실을 하는 다기능 홍수터로 복원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지로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승호 디엠제트(DMZ)생태연구소장이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 하나로 조성 중인 대형 콘크리트 수로를 내려다보고 있다.
김승호 디엠제트(DMZ)생태연구소장이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 하나로 조성 중인 대형 콘크리트 수로를 내려다보고 있다.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는 추진 중인 공릉천 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하천 둔치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설치해 하천 생태계 교란과 홍수시 침수 우려 △둑마루 폭을 7m로 넓히고 콘크리트 포장해 산책 보행자 및 야생동물 위협 △제방 증고 과정에서 기존 둑마루와 비탈면의 풀과 나무 제거 △콘크리트 U형 수로(폭·높이 각 2.5m, 길이 503m) 설치해 생태통로 차단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또 해당 사업이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12년 제시한 공릉천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의 기준을 초과한 ‘과대공사’이며, 2016년 작성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엉터리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의 ‘하천설계기준’을 보면, 둑마루 폭 7m 이상·여유고 2m 이상은 계획홍수량이 초당 1만㎥일때 해당하는데 공릉천 하구는 2200㎥에 불과하며, 기존 제방이 100년 빈도 홍수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해 추가적인 제방 증고 사업이 필요 없다고 명기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서는 조사자 2명이 5시간 동안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와 육상곤충, 어류를 각각 한꺼번에 조사했다고 기록해 부실·허위 작성의 의혹이 일고 있다.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으로 공릉천 하구 제방 보축과 둑마루 콘크리트 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으로 공릉천 하구 제방 보축과 둑마루 콘크리트 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공릉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발원해 고양을 거쳐 파주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길이 47㎞의 하천이다.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은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제방 보축 3.3㎞, 자전거도로 4.2㎞, 교량 1개 신설, 수로 신설 등의 사업을 지난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1월 하천관리업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한강유역환경청이 담당하고 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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