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테크’에 참여하고 있는 우태용 재무상담사가 지난 16일 청년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손고운 기자
지난해 11월 시작한 청년(20∼30대) 대상 무료 재무상담인 ‘서울 영테크’ 서비스에 1800명 넘는 청년들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갖 재테크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서울시가 주관하는 재무상담이 이렇게 큰 호응을 끌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원 유다솔(30·서울 마포구)씨는 지난해 말 ‘서울 영테크’를 찾았다. 사무직 초년생들 평균 월급 정도를 받고 있어 당장 생활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월세와 식비 등을 쓰고 나면 손에 남는 게 별로 없는 현실은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유씨는 “우리 세대에겐 부동산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 일단 종잣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유튜브나 책에 주식 관련 정보는 많지만, 내 소득·자산 상황에 딱 맞는 조언은 찾기 어려워 서울 영테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규리(36·서울 은평구)씨도 “경제활동을 늦게 시작해 돈을 많이 못 모았다”며 “부모님 집에 함께 살고 있어 언젠가는 독립해야 할 텐데 부동산값이 폭등해 부모님 세대처럼 집을 살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영테크’를 찾은 청년 대다수가 주거 불안을 첫손에 꼽았다고 한다. 국제재무설계사(CFP)인 우태용 상담사는 “상담받는 청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주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며 부동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해졌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괴리감이 커졌다. 일단 종잣돈을 마련해 주식 등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23일 낸 ‘2030 미혼 청년의 주거여건과 주거인식’ 보고서에서도, 무주택 미혼 청년 가운데 77%는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본인 소득과 자산을 고려해 10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6%에 그쳤다. 특히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주택 청년 81.3%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거비 부담이 큰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하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서울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실태’ 보고서를 보면, 서울 청년의 소득빈곤율은 개선되는 추세였지만 자산빈곤율(순자산이 3개월간 최저생활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은 2010년 45.5%에서 2019년 57.6%로 12.1%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6.5%포인트)의 두배 수준이다.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청년빈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노동시장 불안정성 심화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일자리 소멸은 청년빈곤 위험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우 상담사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많아졌는데, 최근 이 청년들이 ‘손실이 나고 있는데 어떻게 방어하고 대응해야 하느냐. 원치 않는 장기투자를 해야 하느냐’ 같은 고민을 상담해온다”며 “재무제표 분석, 투자기업 관련 뉴스 챙기기 등 기본적인 부분을 잘 챙겨야 한다는 설명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테크’ 전담사무국 김수미 국장은 “재테크가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공교육에서 재무 관련 교육은 전혀 없어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며 “민간 재무상담은 아무래도 상품 판매 위주 등일 수밖에 없어, 공공영역을 찾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상담 신청자 가운데 여성(1484명)이 80%가량을 차지한 것과 관련해 “왜 그런지 조사된 건 없다”며 “요즘은 미혼이거나 비혼인 여성 등이 재무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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