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금촌역 앞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한예종 파주 이전 추진’ 공약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고양신문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이전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면밀한 검토 없이 한예종 유치 공약을 발표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펼침막을 파주지역 주요거리 곳곳에 내걸었다. 한예종 파주 유치는 국민의힘 파주을 당협위원회가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요청해 지역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그동안 파주시나 지역 정치권 차원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어서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한예종이 오면 좋겠지만, 시 차원에서 추진되거나 검토된 적은 전혀 없다”며 “갑자기 대선 공약으로 제시돼 놀랐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서울 송파구 지역공약으로 ”한예종 통합캠퍼스의 송파구 이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한예종 통합캠퍼스와 송파구의 풍부한 문화 체육 인프라가 결합하여 세계적 문화예술학교, 문화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한예종 이전을 두고 고양시 등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 결과 한예종 학생과 교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예정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여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한예종은 1993년 4년제 특수 국립대학으로 문을 열었으며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대학로 등 3개 캠퍼스에 3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2009년 석관동 캠퍼스 부지의 조선왕릉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문화재청이 주변 시설 철거에 나서면서 캠퍼스 이전과 함께 단일 통합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예종 이전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과 종로구 예지동, 경기 고양시 장항동·과천시 과천동·중앙동 등 5곳이다. 반면, 지역경제 쇠퇴를 우려하는 성북구 주민들이 한예종 이전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석관동 캠퍼스 존치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부터 일선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예종 유치를 적극 추진해온 고양시는 두 후보의 대선 공약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고양시는 장항지구에 11만7568㎡ 규모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후보지 인근에 건립중인 행복주택 4500가구 중 1000가구를 학생과 교직원의 기숙사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해놓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한예종 이전은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있고, 대선 공약이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게 아니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최종 선정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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