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으로 지난해부터 하구 쪽 제방 보강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생태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공릉천 하구. 왼쪽 제방 송촌교~영천배수갑문 3.3㎞ 구간에 성벽처럼 높은 둑이 쌓여 있었다. ‘차량속도를 20㎞로 제한하고, 낚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릉천 보전지구’ 표지판이 세워진 둑마루에는 차량 2대가 오갈 만한 너비의 콘크리트 확장·포장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제방 아래에는 대형 콘크리트 수로가 약 2.5m 깊이로 500m가량 강둑을 따라 기다랗게 조성돼 있었다. 또 하천과 주변 농경지 생태계를 이어주고 야생생물 보호수 구실을 하던 둑 좌우의 버드나무, 아카시아(아까시) 등 울창한 관목들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농경지에는 귀향을 앞둔 기러기 몇 마리가 은폐물이 사라진 제방을 경계하며 위태롭게 먹이를 찾고 있었고, 하천 둔치 갈대밭의 부러진 나무 위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두 마리가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김승호 디엠제트(DMZ)생태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에 몇 남지 않은 소중한 기수생태계이자 동북아시아 이동 철새의 핵심 거점을 망가뜨리는 일에 환경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하천 하구 원형을 유지하며 생물 다양성이 뛰어나 ‘경기북부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공릉천 하구가 개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릉천은 경기도 양주시 개명산 줄기 챌봉(516m) 계곡에서 발원해 고양을 거쳐 파주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길이 47㎞ 하천이다. 상중류(지방하천)에는 산지와 인구밀집지역이 많고, 하류(국가하천) 쪽은 농경지가 발달해 있다. 도시에서 접근이 쉽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공릉천 하구는 디엠제트생태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과 환경단체 등이 수십년간 생태체험교육과 조류 연구·관찰 등을 해오는 터전이었다.
하지만 2012년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공릉천권역 하천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하천 파괴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돼 현재는 한강유역환경청이 주관하는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사업은 공사비 약 195억원을 들여 제방 보축 3.3㎞, 자전거도로 4.2㎞, 교량 238m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돼 2023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2마리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하구 둔치 나무 위에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이에 생태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 서식지이기도 한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을 중지하고 훼손된 부분은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다미 꾸룩새연구소장은 “공릉천에서 관찰한 새는 135종으로, 한국에 사는 새 25%를 공릉천에서 만날 수 있다”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삵, 수원청개구리,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칡부엉이, 금눈쇠올빼미, 수리부엉이, 쇠부엉이, 매, 잿빛개구리매, 독수리, 뜸부기 등이 서식하는 공간에 토건 개발이라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박수택 생태평론가는 “공사 구간을 쪼개 실시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하고 허술해 조작 개연성이 크다. 비용편익분석(B/C) 결과 경제적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둑 위 하천 관리도로가 개통되면 차량 통행량과 속도가 증가해 민감한 새들이 공릉천 하구를 떠나고 동물들이 로드킬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콘크리트 수로는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사람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므로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생태계의 보고, 공릉천 하구를 지켜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강유역환경청은 “공릉천 정비사업은 하천법 27조에 따라 관련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해 추진 중”이라며 “둑마루 확장·포장은 홍수 때 침투수에 의한 누수 방지 및 제방 안정, 하천의 유지관리 등을 고려해 계획됐으며, 수로는 농경지 취수·배수를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시설물로 이와 관련해 전문기관의 특별한 의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공릉천 보전지구 표지판이 세워진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하구 둑마루에 약 7m 너비의 콘크리트 확장·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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