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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동네 책방…고양선 되레 느는 까닭은?

등록 2022-02-22 04:59수정 2022-02-22 08:23

도서관 납품·중고생 책 구입비 지원…1년 간 7곳 늘어
경기 고양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역 서점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양문고 주엽점 제공
경기 고양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역 서점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양문고 주엽점 제공

경기 고양시가 2015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지역서점 도서납품제’에 이어 지난해 도입한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 등 잇단 책방 친화 정책들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져 가던 동네책방들이 활기를 되찾아, 6~7년 전 24~29곳이던 고양지역 서점이 현재는 40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시작된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은 고양시 중·고교, 학교밖 청소년 등 5만7천명에게 1인당 1만5천원 상당의 ‘고양북페이’(도서교환권)를 지급해 동네책방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학교에서 온작품 읽기, 융합 수업, 독서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등을 연계해 신청서를 보내면 동네책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양 북페이’를 배부해준다. 학생들은 원하는 동네책방을 방문해 읽고 싶은 책을 북페이로 살 수 있다. 월간지, 참고서, 문구류를 제외한 소설, 에세이, 만화 같은 단행본 책이 대상이다. 시는 참여 학교를 통해 고양북페이를 배부한 뒤 책방에 도서 교환 비용을 월별로 지급해준다. 고양시는 지난해 사업비로 8억6천만원을 책정했고, 고양시내 33개 동네책방들은 이를 통해 수백만~수천만원 추가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최근 개업한 7개 서점이 더해져 총 40개 서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시는 지난해 학교와 동네책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만족도가 각 90% 이상으로 나타남에 따라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해 7만2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사업비 7억19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소진될 경우 추경을 통해 추가 편성할 방침이다.

앞서 고양시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듬해인 2015년 전국 최초로 ‘지역서점 도서납품제’를 시행해 8년째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들을 동네서점에서 균등하게 구입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서점으로 인증받은 고양시내 서점들로부터 균등하게 책들을 납품받는데, 지난해 이를 통해 서점 33곳은 각각 6천만~7천만원가량 추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월 열린 학생 응원 프로젝트 ‘친구야 책방가자’ 출범 북토크 모습. 고양시 제공
지난해 3월 열린 학생 응원 프로젝트 ‘친구야 책방가자’ 출범 북토크 모습. 고양시 제공

시의 이 같은 지역 책방 친화 정책은 동네책방들의 지속가능한 운영에 큰 힘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6년째 독립서점 ‘행복한 책방’을 운영 중인 한상수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매출이 300만~400만원대로 줄어 도서관 매출이 없었더라면 정상 운영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는 도서관에 연간 1권도 납품하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서점마다 수천만원어치를 꾸준히 납품해 월 임대료 정도는 해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뜻을 가지고 책방을 열었으나 2년을 못 버티고 폐업한 사례가 많았는데 이 제도로 지속가능한 운영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7년째 시장이 바뀌고 도서관센터장이 바뀌어도 꾸준히 확대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다만,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평소 참고서를 구입하려고 다니던 책방을 주로 찾아, 작은 책방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고양시 쪽은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젝트는 학생들의 독서를 위해 시청, 교육지원청, 학교, 동네책방, 마을이 함께 하는 민·관·학 거버넌스”라며 “동네서점들을 배려한 부분도 있지만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구입해서 읽을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문제집 코너가 아닌 인문학 서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책을 고르는 감동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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