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인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들판에서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가족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경기도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가 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대해 부동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7일 환경부에 냈다.
파주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임진강~디엠제트(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임진강대책위)는 의견서에서 “환경영향평가서(본안)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조건부동의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한국도로공사는 환경부가 바람직한 노선으로 제시한 기(존) 개발지인 동측 노선(통일대교쪽)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으며, 주민 의견수렴은 상생과 갈등예방은커녕 갈등과 불신만 키운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또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의 강화된 방역조처에도 불구하고 주민설명회를 강행하려다가 3차례나 연기한 끝에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했고, 공청회는 주민 항의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무산됐다”며 “생태계 공동조사 또한 전 구간이 지뢰 구역이어서 주요 환경단체들이 참여를 거부한 상태”라고 했다.
임진강대책위는 해당 고속도로 건설에 앞서 △디엠제트·민간인통제구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한 보전·복원계획 수립 △남북연결도로와 관련 생태계 보전 원칙 속에 사회적 합의와 남북 합의 △관련 법·제도의 정비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도. 임진강대책위 제공.
환경부는 2020년 7월 한국도로공사가 낸 전략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도로 노선이 디엠제트 인근 민간인통제구역과 임진강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임진강을 하저터널로 통과하거나 동측 노선을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 정부 임기 내 착공해야 하므로 다른 노선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에 환경부는 도로공사에 민통선 지역의 생태적 보전가치(법정보호종 서식, 비무장지대 완충지대 역할 등)를 감안해 임진강 동측의 기존 개발지를 활용한 노선이 바람직하며, 승인기관(국토교통부)이 남북협력사업 등으로 노선 변경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환경영향 최소화 및 갈등해결을 위한 추가대책 병행‧추진(생태계 공동조사, 상생협의체 구성) 등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4일 파주시 문산읍~장단면을 잇는 10.75㎞ 길이의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서’(본안)를 환경부에 제출했으며, 환경부는 45일 안에 조건부동의, 보완, 반려, 부동의 등의 협의 통보를 해야 한다. 노현기 임진강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남북협력사업으로 위장한 민통선 개발 사업”이라며 “국토부가 밀어붙이려는 노선은 디엠제트와 민간인통제구역의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관련 농어민들을 내쫓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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