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로 가맹점에서 손님이 결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사랑상품권 판매가 24일부터 기존 ‘제로페이’ 앱 대신 ‘서울페이플러스’ 앱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제로페이 운영사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로페이 운영사가 가맹점 정보무늬(QR코드) 정보와 이용자들의 상품권 잔액 정보 등을 새 운영사에 넘기는 것을 거부하거나 미루는 ‘몽니’를 부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애초 사업 시작 때 정보무늬 정보 소유권 등을 명확히 하지 않은데다 갈등 요소를 그대로 둔 채 새 운영사 선정과 새 앱 출시를 강행한 서울시 행정도 비판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의 상품권 운영계약 종료를 앞두고 새 운영사 공모에 나섰다. 이에 신한컨소시엄(신한카드·신한은행·티머니·카카오페이)과 우리컨소시엄(우리은행·케이티·비즈플레이)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최근 외부심사단은 신한컨소시엄을 새 운영사로 선정했다. 기존 운영사인 간편결제진흥원은 관치 논란이 있었던 제로페이 사업 민간 이양을 위해 2019년 11월 출범한 민간 재단법인으로 비즈플레이 등 4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간편결제진흥원은 입찰 당시 사실상 우리컨소시엄 쪽에 섰다가 입찰 결과가 나온 뒤 정보 이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전 사업자인 간편결제진흥원의 윤완수 이사장이 우리컨소시엄에 참여한 비즈플레이를 계열사로 둔 웹케시그룹 부회장이라 뒷말이 나온다.
새 사업자로 선정된 신한컨소시엄 쪽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각 가맹점 정보무늬에는 간편결제진흥원이 부여한 가맹점 일련번호 정보가 들어 있는데, 이 일련번호를 만든 자신들에게 그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은 기존 사업자가 새 사업자에게 사업 관련 정보 인계를 거부하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졌는데, 각자 할 말은 있는 상황이다.
우선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을 간편결제진흥원에 ‘위탁’했던 것이므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다음 사업자를 위해 관련 정보도 당연히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막대한 시 예산과 인력이 제로페이 망 구축에 투입된 만큼,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에 가맹점 제로페이 정보무늬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간편결제진흥원도 웹케시그룹이라는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공개입찰을 통해 새 운영사를 선정하는 게 합당하다며 새 운영사 선정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간편결제진흥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3개 기업이 참여기관으로 가입해 정보무늬를 쓰고 있는데, 참여기관도 아닌 신한컨소시엄이 이를 쓰는 것이 타당하냐”며 “(웹케시그룹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주장도) 제로페이 사업 초기 다른 기업들이 주저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윤 배분을 많이 받게 된 것인데 ‘간편결제진흥원이 사기업화됐다’고 주장한다.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이 이익을 내는 궤도에 올라서자 서울시가 운영사를 바꿨는데, 우리로서는 억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양쪽이 계약을 맺을 때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자가 시민들 불편을 담보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문제지만, 서울시도 관련된 법적 리스크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새 앱부터 내놓고 본 셈이다.
서울시와 간편결제진흥원 사이 다툼은 감정싸움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시민들 불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품권 잔액이라는 더욱 민감하고 중요한 이관 대상도 남아 있다. 서울시가 정한 최종 이양 시점은 2월28일인데, 신한컨소시엄은 최대한 빨리 상품권 잔액 정보를 받고 싶어 하지만 간편결제진흥원 참여기관인 비즈플레이는 이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