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재개발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21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지역에는 ‘6대 재개발 규제완화책’이 처음으로 적용돼, 도심 주택공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기적 부동산 시장 과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28일 종로구 창신동 23번지와 숭인동 56번지 일대, 구로구 가리봉2구역, 동작구 상도14구역, 관악구 신림7구역 등 21곳을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내년 초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2023년부터 정비구역을 순차 지정한다. 신속통합기획이 진행되면 정비구역 지정에 걸리는 시간 5년이 2년으로 단축되고 총 2만5천가구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구별로 한 구역씩을 선정하는 이번 공모에는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102곳이 후보지로 참여했다. 서울시는 심사를 진행한 뒤 사업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강남구, 광진구, 중구 신청지는 제외하고 21곳을 선정했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탈락 지역 주민이 원하면 공공재개발 사업에 공모할 수 있도록 했다. 심사에는 노후도 등 법적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 충족 여부, 정량적 평가 점수 등이 고려됐다.
서울시는 최근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급등이 도심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왔다고 보고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이 촉진되면 공급이 확대되고, 장기적으론 상위 계층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필터링 현상이 일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된다”며 “지정 구역의 단기적 시장 과열은 불가피하지만, 이 때문에 공급을 미룬다면 나중에 시장 수요가 더 폭발하게 된다. 단기적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묘수 같은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창신·숭인 등 도시재생지역 4곳도 포함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도시재생지역 안에서도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도시재생 재구조화’를 발표한 바 있다. 시는 보존 위주였던 도시재생지역의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고 자평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의 장점도 있지만, 이 지역들이 재개발을 못 하도록 묶이면서 큰 틀에서 보면 서울 대도시권의 토지 이용 효율화 문제가 있었다”며 “도심에 직장, 편익이 많아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화하고,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주거 보장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도시재생사업을 토지 이용 효율화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며 “도시재생사업은 강남 위주로 돌아가던 기반시설 투자를 강북 거주지에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주민들이 사는 동네 길, 상하수도를 고쳐주는 등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주택공급 관점에서만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인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일각에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재개발이 묶여 부동산 공급이 줄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말하는데, 이는 억지 논리”라며 “지금까지 재개발로 인해 서울 주택 가격이 안정된 사례가 있었나. 지금처럼 서울 내에만 자꾸 좋은 시설을 짓고 새 아파트를 넣으면 아무리 공급해도 사람들은 더 서울로 몰려든다. 거시적 관점에서 수도권 과밀화 등을 해소하는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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