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건희 기증관 건립 졸속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연대 제공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들어설 ‘이건희 기증관’(가칭)이 1조원 규모의 예산 사업임에도 공청회 한 번 없이 졸속 진행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부지 선정이 문화균형발전 원칙에도 위배되고, 전시관 정체성도 불분명한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이건희 기증관 건립 졸속 추진 반대 시민사회단체모임’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품 기증이 결정된 이후 사업이 비정상적인 추진 속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은 “송현동 부지 매입 비용만 5천억원이고 이를 포함한 건립 비용에 국가 예산 1조원가량이 투입되는데, 공개 토론회나 공청회가 한 번 없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내 유일한 논의 기구인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회의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설득력 없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급하되 서울시가 해당 보상액에 준하는 사유지를 엘에이치에 제공하기로 한 상황에서, 송현동 부지를 기증관 건립에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체부와 서울시가 법제처에 관련 법령 해석을 요청한 결과, 법제처는 공유재산법 제13조의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외의 자는 공유재산에 건물, 도랑·교량 등의 구조물과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송현동 부지를 정부가 무상으로 쓸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기증관 설립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전국 미술관 229곳(2017년 기준) 가운데 41%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며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아예 부지 선정부터 재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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