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메리 종이팩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2명 중 1명은 우유·주스 등을 담은 종이팩을 일반종이와 구분해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21일 발표됐다.
서울환경연합과 전국 제로웨이스트가게(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 연대 모임 ‘도모도모’는 이날 낮 12시 서울광장에서 종이팩 재활용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메리 종이팩 크리스마스’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28~2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50.5%는 ‘종이팩을 다른 종이를 분리해서 배출해야 하는지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몰랐다”고 답했다. 또 사는 곳 주변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이 있는지를 물어보니 62.5%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 탓에 고품질 펄프로 만들어져 화장지 등의 원료가 되는 종이팩의 재활용률(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조사)은 2013년 35%, 2014년 26%에서 2020년 15.8%로 매년 뒷걸음질하고 있다. 금속·유리·플라스틱·스티로폼 등과 비교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이 눈에 띄게 낮다.
지자체 10곳 중 6곳은 종이팩 재활용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 로웨이스트가게 연대 모임 ‘도모도모’가 지난 10월26일~12월14일 전국 지자체 229곳에 문의해 보니 ‘종이팩 재활용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자체가 156곳(68%)에 달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교·주민센터에서 종이팩을 분리수거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종이팩과 종이류를 섞어서 배출하고 있다”며 “재활용 선별장에서도 인력 부족, 경제성 등의 이유로 파지와 종이팩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12월부터 경기 남양주·부천·화성시와 세종시 등 4개 지자체에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도 선후가 뒤바뀐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로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 고금숙 대표는 “종이팩 재활용 체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 대상으로 시범사업부터 벌이는 건 현실성이 부족하다. 지자체가 종이팩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선별장에서 종이팩·멸균팩을 제대로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