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 주한미군 공여지. 독자 제공
“우여곡절 끝에 금맥을 찾아 7년간 준비해 막 첫삽을 뜨려는 참인데, 주한미군이 허가를 안해줘 모든 게 수포가 되게 생겼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사금광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장아무개(80)씨의 하소연이다. 주한미군 공여지인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에서 금 채굴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한미군이 동의를 안해줘 개발이 지연되고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장씨가 금맥을 찾았다는 해당 부지는 휴전선으로부터 약 15㎞ 떨어진 군사시설보호지역에 있는 국유지로, 주한미군 훈련장으로 공여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운영·관리 권한이 주한미군 쪽에 있다.
40년간 전국을 돌며 금광 채굴을 해왔다는 장씨가 이 땅을 눈여겨본 것은 7년 전인 2014년이다. 광업 관련 옛 문헌을 검토하다가 일제강점기 시절 이 일대에서 금이 채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육군 28사단 허가를 받아 현장 조사에 나섰고, 해당 부지 지하 8~9m 사이에 붉은빛을 띠는 거대한 감층(금이 나오는 바위) 광산이 형성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층 위쪽의 골재를 채취해 분석해보니 돌 1t당 금 함유량이 0.047g으로 나왔다. 금 함유량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금맥이 25만㎡ 규모로 넓게 형성돼 임진강 지류인 어유지천까지 길게 흘러내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장씨는 즉각 광업진흥공사에 시료를 보냈고 6번에 걸친 현장조사 끝에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채굴권(광업권)을 허가받았다. 통상 채굴권을 획득하면 국유지의 경우 국토관리청 사용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1년 안에 작업을 시작한다. 현행 광업법 42조는 채굴권 등록된 날부터 3년 안에 채굴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거나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청문을 거쳐 채굴권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광업등록사무소는 최근 장씨에게 내년 초까지 개발 인가를 받지 못하면 채굴권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금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연천군 전곡읍 마포리 일대 주한미군 공여지. 독자 제공
장씨는 채굴 인가 절차를 받기 위해 지난 3월22일 관할 군부대인 28사단에 군 협의를 신청했다. 채굴권을 확보한 이 일대 25만2245㎡ 가운데 1차로 4300㎡를 개발하기로 하고, 컨테이너 1동과 굴삭기, 선별기 각 1대씩을 설치해 군 훈련이나 작전 시 사전 통보하면 4시간 안에 철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28사단은 해당 지역이 주한미군 훈련장으로 공여돼 있어 주한미군 쪽에 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쪽은 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지는 소파 규정에 따라 무상제공되고, 공여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무기한 사용이 가능하다.
장씨는 “해당 부지는 경기북부지역 미 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최근 5년간 훈련장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소한다. 어차피 쓰지도 않는 땅인데, 사용(채굴)을 위한 논의에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씨는 “설사 훈련을 하더라도 전체 공여지 중 극히 일부 지역이라 훈련에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군 훈련 때 4시간 안에 시설물을 철수하겠다고 주한 미대사관, 국방부, 육군참모총장 등에 여러차례 탄원서를 냈으나 주한미군은 아무런 답변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확인 요청에 주한미군은 “보안상 이유로 한국 정부가 공여한 시설 및 토지에서의 운용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비어있거나, 폐쇄된 공여지는 소파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에 최대한 신속하게 반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용을 허가한다도, 허가할 수 없다도 아닌 애매모호한 ‘전략적 답변’을 유지해가고 있는 셈이다.
한편, 경기도내 주한미군 공여구역은 총 51개소 211㎢(6370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70배가 넘는다. 경기북부지역 공여구역이 38개소 168㎢로 8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반환 대상 공여지는 34개소 173㎢(남부 5개소 28㎢, 북부 29개소 145㎢)이며 24개소는 반환됐다. 아직 반환되지 않는 곳은 의정부와 동두천 미군기지 각 3곳과 연천의 컨트레이닝 훈련장 등 10개소로 관할 지방정부인 의정부시와 동두천시로부터 반환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