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논 습지에 불법매립된 토사가 수북이 쌓여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논 습지 불법매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올해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여의도 넓이(290만㎡)와 비슷한 291만6211㎡(721건) 규모의 논이 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50만953㎡(149건) 규모의 논은 성토 높이 초과 등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시는 불법매립 관련 15건을 고발(1명 구속)하고 134건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나 현재까지 원상복구를 완료한 곳은 단 8건에 불과하다.
‘임진강~디엠제트(DMZ) 생태보전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파주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성토에 앞서 업체나 토지주가 시에 제출한 ‘비산먼지 신고’ 규모가 총 291만6211㎡에 달한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단체가 육군 1사단으로부터 받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내 덤프트럭 출입 자료를 보면, 올해 4~6월에만 민통선에 덤프트럭이 총 7734회 드나들며 7만3662㎡ 면적의 논을 불법매립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한겨레> 2021년 6월2일치 9면 등)
파주시와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논 습지 불법매립이 기승을 부리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파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지난 17일 파주시의회에서 열린 ‘파주 논 습지 불법매립’ 토론회에서 간주영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은 발제를 통해 “지난해 임진강 홍수 이후 덤프트럭을 이용해 건설폐기물을 논 습지에 퍼붓고 있다는 제보가 빗발쳐 조사해보니 건설폐자재를 밑에다 깔고 그 위에 흙을 살짝 덮어 은폐하는 식으로 불법매립이 성행하고 있었다”며 “군내면 동파리 등 민북(민통선 이북) 지역은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고 매립했으며, 심지어 국유지인 임진강 하천부지까지 불법매립하고 있었지만 군이 관리하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의회에서 ‘파주 논습지 불법매립’의 현황과 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파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이병직 파주시 산림농지과장은 “지난해부터 불법매립이 급증해 2년간 장단지역 91건을 비롯해 파주시 전역에 1500여건의 비산먼지 신고가 접수됐다. 일단 매립되면 복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원상복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불법매립 대책으로 우선 시 차원에서 농지의 성토 높이를 현재 1m에서 50㎝ 이하로 제한하도록 파주시 조례를 개정하거나 경기도 조례를 제정하고, 매립업자가 대리할 수 있는 비산먼지 신고를 토지주가 직접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정부에는 벼농사에서 밭작물로 전환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농지법 개정, 건설폐기물 매립을 허용하는 농지법 시행규칙 조항 폐지 등을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민통선 안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박계용씨는 “부재지주 입장에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논을 성토해준다고 하면 누구라도 허락할 것”이라며 “민통선에서 사유지·국유지 가리지 않고 불법성토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덤프트럭이 민통선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 안 임진강변 농경지의 불법매립 현장.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과장도 “인접 지역인 고양시와 양주시는 농지 성토 기준을 50㎝로 강화해 무분별한 성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주시도 성토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중금속 성분이 포함된 건축폐기물을 파쇄하고 남은 순환토사를 농지에 매립하도록 허용한 농지법 시행규칙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연 파주시의회 부의장(국민의힘)은 “농지는 생명의 근원인데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부재지주 때문에 민통선 일대가 투기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며 “성토 높이를 50㎝ 이하로 강화하는 문제 등 대책을 의회 차원에서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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