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민들이 지난 4일 화정역 광장에서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의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100만 고양시민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노조 제공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와 관련해 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노동조합과 고양지역 30여개 시민단체 대표 등은 지난 4일 덕양구 화정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뢰 관리에 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국방부가 지금껏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도덕한 행태”라며 “사고의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지뢰 사고 관련해 고양시 공무원 등을 검찰에 송치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태봉 고양시민회 의장은 “아직까지 장항습지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물론이고,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적반하장 조사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아픔을 후벼 파는 행위며, 특히 지뢰관리 책임이 있는 국방부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환경정화 작업중 오른쪽 다리를 잃은 피해자 김철기씨는 “경찰 수사의 초점은 지뢰를 취급해야 할 국방부인데 이들을 제쳐두고 애꿎은 고양시 공무원과 사회적 협동조합 대표만 기소하는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화정역 광장에서 장항습지 경찰 수사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고양시 공무원노조 제공
앞서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달 5일 고양시 환경정책과 공무원 3명,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장과 팀장, 당시 환경정화 작업을 담당했던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유실 지뢰가 장항습지에 묻혔을 가능성이 있으니 위험 표지판을 부착해 관리해달라는 군 당국의 요구를 담당 공무원이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의 이같은 조처에 고양시, 고양시의회, 공무원노조 등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달 19일 ‘장항습지 지뢰폭발사고 관련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공정수사 촉구 건의안’ 채택하고, 지뢰 사고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공무원 3명 등 6명에 대한 공정수사를 요구했다. 고양시 공무원노조도 성명을 내어 “지뢰 제거와 안전관리 권한이 군에 있는데도 사고 책임을 지자체에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고양시는 지뢰에 대한 안전장치가 확보될 때까지 장항습지 생태공원화 사업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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