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가 지난 2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청년 참여 예산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네트워크는 오 시장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오세훈표’로 포장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열정만 착취하면 그게 청년팔이랍니다”, “청년의 아이디어만 도용하지 말고 상의도 같이 합시다!”, “혼자서? 10년 전 그때 그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청년 관련 예산을 역대 최대인 9934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혜자’인 청년들의 일부는 예산안에 반발하며 오 시장이 열정착취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청년팔이를 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3일 김지선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학생·취업준비생·직장인 등 다양한 청년들이 무보수로 참여하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시의회 조례에 따라 2013년 출범했으며, 평일 일과시간 뒤와 주말시간을 이용해 청년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회견 등에서 “오 시장이 청년들 주장을 도용했다”고 했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이사비 40만원 지원’은 올해 청년자율예산 논의 과정에서 청년들이 제안했던 것이다. 담당 부서에서 현실성을 문제 삼아 폐기된 건데, ‘오세훈 공약사업’으로 둔갑해 살아났다. 오 시장은 지난 8월까지 이어진 청년제안사업 논의 과정에 단 한번도 참여하거나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취지에 공감해 무보수로 참여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가로챘다, 또는 열정을 착취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느냐.”
―그래도 어쨌든 청년들 예산이 늘어났다.
“이번에 대폭 늘어난 청년월세지원, 희망두배청년통장, 마음건강지원사업 등은 그간 청년자율예산 토론 과정에서 청년들이 제안한 것들이다. 아이디어를 낸 게 전부가 아니었다. 청년월세지원은 2019년 도입됐지만 (여럿이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청년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자율참여예산 논의 과정에서 보완 의견을 내서 올해부터 셰어하우스에 사는 청년들도 1인 가구라는 현실이 반영됐다. 청년들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청년자율예산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은 오 시장은 5개월 동안 149회, 6300여명 청년(시민 포함)이 참여해 만든 신규사업들을 일방적으로 40%가량 깎았다. 지금은 청년들에게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청년들을 배반한 것이다. 앞으로 청년월세지원 같은 사업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오 시장 취임 전과 뒤가 그렇게 많이 다른가.
“오 시장은 청년들이 참여해 예산을 편성하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다. 청년수당·월세지원 예산은 늘리면서 비현금성 서비스 예산은 손쉽게 절반씩 잘랐다. 청년활동지원센터 운영비를 반토막 낸 게 대표적이다. 돈을 주는 건 쉬워도,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 단절 복원을 지원하는 등의 복지전달체계는 한번 망가지면 복원이 어렵다. 오 시장이 생각하는 청년은 무엇인가. 표를 주는 창구일 뿐인가. 지금 서울시 정책은 청년들이 정책의 주체이자 당사자로 나섰던 역사를 부정하고, 현금서비스의 수혜자로만 남으라고 요구하는 퇴행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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