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바꿔야 할 결혼·장례문화 에세이 선정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문화 카드뉴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 제공
“딸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딸아이는 ‘내가 신랑 쪽에 물건처럼 넘겨지는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신랑·신부 모두 성인인데, 친정아버지가 사위에게 딸의 손을 건네주는 건 남성 중심 가족 문화에 기반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딸은 자신의 의지로 결혼 ‘하는’ 것이지, ‘시집 보내는’ 대상이 아닙니다.” (우수상 김아무개(72·마포구)씨)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문화 카드뉴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 제공
“인형처럼 예쁘게 치장하고 대기실에 갇혀 앉아만 있는 신부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신랑의 모습. 결혼식의 꽃이자 주인공은 신부라며 치켜세우는 사회자와 보답하듯 수줍게 웃어 보이는 신부. 수동적인 모습이 그저 결혼을 맞이하는 신부의 당연한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지금까지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답답한 바비인형 상자 같은 신부대기실을 박차고 나온 내 친구가 너무 자랑스러웠다”(특별상 윤아무개(29·용산구)씨)
“장례식장에서 부고를 작성하러 아드님이 오라고 했다. 우린 딸만 넷이라 내가 가겠다고 하니 사위님을 보내라고 했다. 우리 자매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아 사위가 없다고 재차 말하자 ‘정말 아들도 사위도 없냐’며 ‘요즘 그런 집들이 생겨서 자신들도 곤란하다’고 했다. 상조회사 직원 역시 상주를 찾았다. 아들도, 사위도 없으니 큰언니가 상주할 거라고 하자 ‘조카라도 계시면 그분이 서시는 게 모양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우수상 김아무개(40·서대문구)씨)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문화 카드뉴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 제공
“삼촌과 아빠가 동생에게 할머니 영정사진을 들라고 했다. 사진은 손주가 드는 거란다. 동생은 나를 보며 ‘누나도 있는데…’라고 말했지만, 삼촌과 아빠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영정사진은 내가 들고 싶었다. 몇 걸음 걷지 않는, 별거 아닌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손주가 들어야 한다면 할머니와 가장 오래 함께했고, 가장 많은 추억이 있는 내가 제일 어울리지 않나?” (최우수상 양아무개(33·종로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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