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한 커피전문점 드라이브스루 매장 공사 현장 앞 가로수 세 그루가 갈변한 채 말라 죽어 있다. 구청 측은 누군가 고의로 가로수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해 목격자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주입해 말라 죽은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가로수 세그루’와 관련해 관할 구청이 “수사 종결 때까지 가로수를 그대로 두겠다”고 17일 밝혔다.
김종철 서대문구 푸른도시과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로수가 고사하는) 이런 일이 있으면 고사한 나무를 먼저 베어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누군가 가로수를 없애고자 고의로 한 일이 명백하다”며 “가로수 보호에 대한 시민의식 제고하고 이런 일을 벌인 범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 가로수들을 그 자리에 존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말께부터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의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 공사 현장 앞 건물 3~4층 높이 플라타너스 가로수 세그루가 둥치에 주입된 농약에 의해 말라죽어갔고, 구는 지난달 13일 도시숲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마치 이빨 빠진 듯.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한 커피전문점 드라이브스루 매장 공사 현장 앞 가로수 세 그루가 갈변한 채 말라 죽어 있다. 구청 측은 누군가 고의로 가로수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해 목격자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구는 해당 스타벅스 매장 앞에 있던 플라타너스 다섯그루 가운데 드라이브스루 진출입로 마련을 위해 건물주가 허가된 두그루를 베어낼 때 썼던 ‘근사미’라는 농약의 성분이 말라 죽은 세그루에서도 검출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 과장은 이날 오후 서대문경찰서를 찾아 지난 13일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받은 토양 검사의뢰 결과서를 직접 제출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구는 또 수사가 끝난 뒤에도 같은 자리에 같은 크기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세 그루를 심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가로수가 죽거나 훼손돼 교체해야 하면 보통은 어린나무를 심는다. 하지만 이 경우엔 누군가 큰 가로수를 싫어해 고의로 벌인 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같은 크기의 큰 나무를 구해 심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수사가 언제 마무리되는지 봐야겠지만, 농약으로 오염된 토양을 새 흙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하고, 큰 나무 식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공용 시시티브이(CCTV)가 없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관련 부서와 협의해 앞으로 북가좌오거리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해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숲법에서는 가로수 등을 훼손한 사람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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