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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란식물에 점령 DMZ…인삼밭 들어서며 두루미 서식지 위협

등록 2021-07-23 04:59수정 2021-07-23 08:31

[현장] 연천 DMZ 생태계 훼손
지난해 홍수로 농경지 곳곳 황폐화, 묵정밭으로 변한 산지 칡덩굴이 점령
‘두루미 먹이터’ 율무밭은 인삼밭으로…“개발 계획 앞서 보전대책 세워야”
두루미의 먹이터 구실을 하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적거리의 논 습지와 율무밭이 최근 인삼밭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두루미의 먹이터 구실을 하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적거리의 논 습지와 율무밭이 최근 인삼밭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수년 안에 민통선 전역은 단풍잎돼지풀과 칡덩굴로 뒤덮이고, 농경지 대부분은 인삼밭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중앙정부나 경기도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디엠제트(DMZ·비무장지대) 일원의 산림 복원을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 16일 백승광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적거리, 합수리, 횡산리 등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일대에서 최근 급속도로 진행된 생태계 훼손 실태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연천 디엠제트 일원은 벌목과 산사태, 인삼밭 급증 등의 영향으로 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본 임진강 지류인 마거천, 적거천 일대 농경지는 지난해 여름 대홍수와 산사태로 논이 밭으로 변했거나 토사가 뒤덮인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망가진 하천 복구 작업을 벌인 구간에는 어김없이 생태교란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산지 곳곳은 벌목으로 민둥산이 되어 산사태 재발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민통선 마을 조성 당시 산 중턱까지 개간해 율무와 콩을 재배했던 화전밭은 경제성이 떨어져 더 이상 농사지을 사람이 없게 되자 묵정밭으로 변했고 칡덩굴이 점령했다.

특히 연천지역의 대표 작물인 율무·콩밭과 논, 산골짜기는 최근 인삼밭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두루미류 서식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천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류는 율무 낙곡을 주 먹이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화전밭은 칡덩굴로 뒤덮였고, 농경지는 지난해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토사가 수북이 쌓여 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화전밭은 칡덩굴로 뒤덮였고, 농경지는 지난해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토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연천의 임진강과 주변 민통선 농지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202·203호인 두루미·재두루미의 집단 서식지로 이름이 높다.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 조사 자료를 보면, 연천의 두루미 개체수는 2010년 144마리에서 지난해 396마리로 10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재두루미는 2010년 178마리에서 2015~2016년 120~117마리로 줄었다가 지난해 507마리로 크게 늘어났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철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다.

전문가들은 디엠제트 일원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두루미 서식 환경 보호를 위해 국가 차원의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동 경상국립대 교수(조경학과)는 “우리나라는 순천만을 제외하면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어 두루미류 서식처 질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는 논이나 서식처 권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하고 개발 행위를 제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 모두베기로 민둥산으로 변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안 국유림 모습.
나무 모두베기로 민둥산으로 변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안 국유림 모습.

김경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디엠제트위원장은 “연천 민통선은 땅을 점유하다시피 한 몇몇 사람이 겨울에 축산분뇨나 쓰레기를 내다 버리거나 불법 개간해 인삼을 심어도 거의 제한받지 않아 훼손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막개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2007년 시민유산으로 적거리 임야 3만9369㎡를 기증받았고, 2019년에는 회원 191명이 모금한 돈으로 횡산리 3168㎡를 매입해 두루미 서식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 단체는 지속적으로 디엠제트 일대 토지 매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연천군은 지난해 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해 임진강 군남댐~필승교 구간을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 현재 문화재청에서 심의 중이다.

윤미숙 연천군 지질생태팀장은 “역대 정부가 민통선에 뭘 만들 건지 활용 계획만 내놨지 제대로 보전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디엠제트를 최대 관광자원으로 생각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보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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