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지 이틀째인 지난달 18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화재 진화 작업 장면. 이천/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형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났을 당시 해당 물류센터 소방시설을 관리하는 업체의 직원들이 고의로 화재 비상벨 작동을 정지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쿠팡 덕평물류센터 소방시설관리업체 방재팀장 등 3명을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경찰은 이 소방시설 관리업체 법인도 함께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센터 방재팀장 등은 지난달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 직후 연기를 감지하고 비상벨이 울리자 6번이나 ‘복구키’를 눌러 비상벨 작동을 정지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부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10분 이상 지연됐고 초기 진화에 실패한 불은 건물 전체로 번져 피해를 키웠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과거에도 오작동 사례가 있어 복구키를 눌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쿠팡 법인이나 본사 관련자는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설비를 담당하는 별도 법인이 있었고, 화재 초기 상황으로 인한 사상자가 없었으며 방재실 직원들에게 오작동 때 버튼을 누르라는 등 지시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발화 원인은 (애초 알려졌던 것처럼)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녹화 영상에는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콘센트에서 전기 스파크와 함께 불꽃이 튀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7일 새벽 5시20분께 이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진화 작업 끝에 아침 8시20분께 큰 불길이 잡혔지만, 오전 11시50분께 다시 불길이 치솟으며 건물 전체로 번졌다. 불은 엿새째인 22일에야 완전히 진화됐고 연면적 12만7천㎡에 이르는 물류센터 건물은 전소됐다. 당시 쿠팡 직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경기도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인명수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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