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독수리(왼쪽 위)와 흰꼬리수리(오른쪽 위) 그리고 독수리(아래)
큰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하는 모습을 보면 ‘하늘의 제왕’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독수리. 그런데 실은 사냥을 전혀 못 한다?
2일 서울대공원이 낸 자료를 보면 수리과(Accipitridae) 가운데 가장 큰 ‘독수리’는 크기가 1∼1.5m(날개 편 길이 2.5∼3.1m)에 달하고, 머리와 윗목에 깃털이 벗겨져 있는 ‘대머리’인 것이 특징이다. 독수리의 ‘독(禿)’도 ‘대머리 독’이다.
독수리는 주로 죽은 동물에 머리를 대고 먹이를 먹는 ‘청소동물’인데, 이렇게 머리 쪽에 깃털이 없어야 병균 등 이물질이 덜 묻어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줄어든다. 까마귀나 딱정벌레류 등 다른 청소동물들처럼 독수리가 사체를 먹는 덕에 해충의 집단 발생, 질병 확산 등이 방지된다고 한다.
반면, 검독수리는 크기가 75∼90㎝(날개 편 길이 1.6∼2.1m)로 독수리보다 작다. 암석이 많은 산악지대에 서식하며 몸 전체적으로 암갈색이지만, 머리와 목에 금색 깃털이 나 있다. 강한 발톱과 부리를 가졌고, 재빠르고 시력도 뛰어나 ‘하늘의 최고 포식자’다.
주로 토끼·다람쥐 등 작은 포유류나 다른 새들을 잡아먹지만, 먹이가 부족할 땐 늑대같이 자기보다 몸집이 더 큰 대형포유류들도 사냥한다고 한다. 이런 용맹함 때문에 우리나라 첫 초음속 비행기인 ‘티(T)-50 고등훈련기’의 별칭이 바로 ‘골든 이글’ 즉 검독수리다.
우리 말로는 다 ‘독수리’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독수리와 검독수리는 각각 ‘청소부’와 사냥꾼’으로 생활양식이 전혀 다르다. 영어로는 독수리처럼 주로 죽은 동물을 먹는 수리과는 ‘벌처(vulture)’라고 하고 직접 사냥을 하면 ‘이글(eagle)’이라고 구분해서 부른다.
흰꼬리수리도 사냥하는 ‘이글’이다. 주로 바닷가·강 주변에서 사는데 물가를 날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물 위에서 빠르게 낚아채는 물고기 사냥꾼이다. 몸길이가 84~94cm 크기이며, 이보다 2배가 넘는 길이의 큰 날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경찰청의 상징동물이 바로 흰꼬리수리이다.
서울대공원은 동물원 간 교류를 통해 최근 검독수리 1마리와 흰꼬리수리 2마리가 각각 국립생태원과 대전오월드에서 받아, 독수리 4마리, 검독수리 1마리, 흰꼬리수리 4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수연 서울대공원장은 “최근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밀렵, 고압전선 등으로 수리과들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동물원 관람이 멸종위기종 보전과 동물복지의 교육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사진 서울대공원 제공